“늙고 아플 때 개와 고양이만 위로”
중국의 한 할머니가 37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자식들 대신 함께 살던 개와 고양이에게 남겼다.
2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상하이에 사는 할머니 리우 씨는 몇 해 전 세 자녀 앞으로 유산을 남기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러나 자녀들이 평소 연락도 안 하고 심지어 아플 때조차 찾아오거나 돌봐주지 않자 마음을 바꿔 유언장을 고쳐 썼다.
유언장에서 그는 “내가 죽은 후에 모든 돈을 반려동물과 새끼들을 돌보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적었다. 유산은 2000만 위안(약 37억 원)으로, 자식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 내용으로 변경했다.
그는 “내가 늙고 아플 때 개와 고양이만이 곁을 지켰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의 한 동물병원을 유산 관리인으로 임명했다.
당초 할머니는 재산을 반려동물에 직접 상속하고 싶었지만, 이는 중국 법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베이징 유산등록센터 측이 안내했다.
센터 측은 다만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있다”며 “반려동물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의사나 동물병원을 감독할 만한 사람을 임명하면 된다.” 조언했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현지 네티즌들은 “자녀들에게 아무것도 안 남기기로 결정했을 때 얼마나 속상했겠나”, “잘했다. 내 딸이 미래에 나를 홀대하면 나도 그렇게 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SCMP는 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상하이 법원은 친인척 대신 친절한 과일 노점 주인에게 330만 위안(약 6억 원)의 재산을 남긴 시민의 유언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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