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 장벽’ 막았던 바이든
백인 표심 고려 ‘국경법’ 통과 촉구
유색인종 지지하락도 ‘우클릭’ 영향
트럼프 “국경, 대량살상무기 됐다”
올 11월 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리턴 매치’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불법 이민자 문제가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2021년 취임 첫날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시켰던 바이든 대통령은 밀려드는 망명 신청자로 각 주(州)정부가 몸살을 앓자 국경 폐쇄가 가능한 ‘국경법’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경이 우리를 파괴하는 ‘대량살상무기’가 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저격했다.
● 바이든, 유색인종 지지율 하락에 ‘우클릭’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성명에서 “국경에 난민이 많이 몰리면 국경을 폐쇄할 수 있는 긴급 권한을 가진 새로운 국경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5∼7일간 평균 불법 이민자 수가 4000∼5000명을 넘어서면 난민 심사를 중단하고 국경을 폐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측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중심으로 결집하자, 바이든 행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 준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인 ‘성난 백인들’의 표심을 얻고자 불법 이민자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왔다. 최근 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불법 이민자가 200만 명을 넘자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유세에서 “바이든 탓에 대형 테러가 100% 발생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 정책을 ‘우클릭’한 배경에는 최근 경고등이 켜진 유색인종 표심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12월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 여론조사에서 흑인 성인 50%가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는데, 2021년(86%)보다 36%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주도 컬럼비아를 찾은 것도 유색인종의 표심을 집중 공략하기 위한 행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1000만 명의 인구 중 21.5%가 흑인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이곳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대선 후보가 됐다.
● 트럼프 “국경이 美 파괴하는 대량살상무기”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법을 촉구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문제로 한층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국경법은) 또 다른 재앙이다. 나쁜 국경 협상은 안 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며 무조건적인 국경 폐쇄를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은 “국경이 우리를 파괴하는 ‘대량살상무기’가 됐다”고 엄포를 놓았다.
공화당 대선 경선의 잇단 압승을 바탕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도 현실화되고 있다.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26일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명예훼손 위자료 8330만 달러(약 1112억 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기준 2억9400만 달러의 현금 또는 현금 등가물을 갖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자산도 수십억 달러를 보유해 배상금을 감당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이 외에도 벌금 3억7000만 달러를 더 내야 할 수도 있다는 건 상당한 부담이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에 해당 벌금을 부과하고 뉴욕주에서 트럼프 그룹의 사업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이 민사 재판 결과도 몇 주 안에 나올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산을 과시하면서도 지금까지 관련 소송에 전혀 자기 돈을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줄줄이 이어지는 재판들의 변호사 비용 등을 정치자금 모금 창구인 정치활동위원회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고 한다. NYT는 “하지만 이번 배상금부터는 정치자금 계좌로 감당이 어려워 자기 주머니에도 손을 대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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