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이스라엘 불발탄 수천발 개조해 미사일·로켓으로 사용”

  • 뉴스1
  • 입력 2024년 1월 29일 15시 05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는 데 사용했던 무기 대부분이 사실 이스라엘군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7년간 가자지구를 봉쇄하며 하마스를 공습했던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도리어 하마스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군과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사용한 무기 상당수가 이스라엘군에서 나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그동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투하하거나 발사했지만 폭발하지 않은 불발탄 수천 발을 로켓과 대전차 무기 등으로 만들어 이스라엘군을 상대했다.

또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사 기지에서 훔친 무기로 대원들을 무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동안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주로 지하 터널 등을 통한 밀수로 무기를 반입했다고 봤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무기를 준비해 온 셈이다.

이에 NYT는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비하지 못한 것처럼 하마스의 무기 획득 능력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경찰 폭탄처리반 간부 출신인 마이클 카다쉬는 “불발탄은 하마스의 주요 무기 공급원이다”라며 “많은 불발탄이 로켓과 다른 폭발물로 변경돼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통상 불발탄의 비율이 10% 수준이라고 보지만, 이스라엘군이 월남전 당시 제조된 포탄도 사용하고 있는 만큼 그 비율이 15%에 달한다고 봤다.

또 가자지구에는 이번 전쟁 이전에도 이스라엘군의 산발적인 폭격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무기 수천 톤(t)이 산재됐다.

특히 750파운드(약 340㎏)짜리 불발탄 하나로 수백 발의 미사일이나 로켓을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자국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정황은 발견했지만 그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밝혀졌다.

이스라엘 당국은 자국군 무기고가 도난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실제로 도난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보고서까지 작성했으면서도 하마스가 이를 이용해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는 단 한 줄에 그쳤다.

이스라엘군의 방심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이스라엘 영토에서 사살된 하마스 대원의 시신에서는 이스라엘제 최신 수류탄이 달렸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발사한 로켓 중 일부도 이스라엘이 과거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데 사용됐던 포탄으로 파악됐다.

또 하마스의 대전차 무기와 로켓추진유탄(RPG) 탄두, 열압력 수류탄, 급조폭발물(EID) 등도 이스라엘군의 무기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봉쇄에 대응하기 위해 이처럼 창의적으로 무기를 만들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분석했다.

에얄 훌라타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NYT에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군수산업을 운영한다”라며 “이들은 지상과 지하에 있으며 필요한 많은 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실제로 지난 8일 이런 지하 작업장 한 곳을 발견해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이스라엘군이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가자지구를 약 2만2000차례 공습하면서 하마스가 사용할 수 있는 불발탄은 수만 개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찰스 버치 유엔지뢰대책기구(UNMAS) 가자지구 책임자는 “수만 개의 대포, 수류탄 등 기타 탄약이 이번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에 불발탄으로 남을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에 공짜 선물이나 마찬가지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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