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싱크탱크’ 찾은 나토 총장… “中도전 관리, 미국 혼자선 못해”
트럼프 집권때 ‘美, 나토 탈퇴’ 시사… 재집권때 대서양 동맹 흔들릴수도
유럽 ‘안보 위기’ 불안감 커져
“중국의 도전을 관리하는 것은 미국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달 31일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단상에 선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미국에서 좋은 거래(good deal)”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국가 이익만 생각해 대외 문제 개입을 꺼리는 고립주의로는 미국이 추구하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헤리티지재단은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정책 플랜과 인재풀을 만들고 있는 기관 중 하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헤리티지에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연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을 다시 차지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유럽이 미 정치 현장에 대해 느끼는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트럼프, 나토 탈퇴 안 할 것”이라 했지만…
미국을 찾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대담에서 “미국이 우려하는 중국, 러시아, 이민 등 어떤 문제도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은 갈수록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들은 (서방) 제재와 압박을 무너뜨리고, 미국 달러 기반의 국제 금융 시스템을 약화시키고, 유럽에서 전쟁을 부추기는 등 각종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헤리티지재단을 방문한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나토 탈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20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게 “유럽이 공격 받아도 결코 도우러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나토 탈퇴를 시사해 왔다. 독일 등 나토 주요국이 경제력에 비해 적은 분담금을 내 미국의 고충이 가중된다는 게 당시 불만의 이유였다.
일단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미국이 나토를 탈퇴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이기더라도 미국이 (나토의) 확고한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헤리티지재단 연설과 미 의회 방문 등은 ‘유럽을 재무장하는 게 미국에도 좋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 “유럽, 핵 억제력 구축해야”
트럼프 재집권 시 나토 탈퇴를 무기로 대서양 동맹을 흔들 경우 유럽 전체가 안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실제 우려도 크다. EU의 자체 핵무장론까지 나오는 이유다.
독일 정치인으로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중도우파 유럽인민당(EPP)의 만프레트 베버 대표는 지난달 25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우리는 나토 없이도 트럼프 시대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은 (핵) 억제력을 구축해야 한다”며 “우리 모두가 (러시아의) 압력을 받을 때 핵 옵션이 정말 결정적이란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으로 군사력 증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트럼프 2.0’이 가시화되면서 미 주도의 나토와 별개로 핵우산을 구축하자는 목소리가 더해졌다. 미국은 현재 나토 5개 회원국(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뒤 운영하고 있지만 미국의 핵 억지력에 마냥 의존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자크 랑사드 전 프랑스군 합참의장과 데니스 맥셰인 전 나토 의회 영국 대표, 마가리타 마티오풀로스 독일 포츠담대 명예교수도 지난해 7월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미래 전투 항공시스템과 독일 F-35 전투기에 프랑스 핵무기를 배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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