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대만의 새 입법원장(국회의장)으로 제1야당 국민당 소속인 한궈위(韓國瑜·67) 입법위원이 선출돼 곧바로 취임식을 가졌다. 집권 민진당은 지난달 총통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같은 날 치러진 입법원(국회) 선거에서 제1당에 오르지 못했고 이날 입법부 수장 자리까지 국민당에 내줬다. 5월 취임하는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 신임 입법원장은 국민당 내에서도 친중 성향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친미 성향의 라이 당선인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롄허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입법원장 선거 2차 투표에서 한 원장은 전체 113명, 재적 105명인 현 입법원에서 54표를 얻어 민진당 소속 유시쿤(游錫堃) 전 입법원장을 3표 차로 제쳤다. 당초 1차 투표에서는 두 사람 중 아무도 과반을 얻지 못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제2야당 민중당이 2차 투표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국민당을 우회 지원한 결과 한 원장이 승리했다.
한 원장은 2018년 민진당 텃밭으로 꼽히는 남부 가오슝에서 국민당 소속으로 시장에 올라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다. 여세를 몰아 2020년 국민당 총통 후보로 대선에 도전했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에게 큰 격차로 졌다. 이후 일부 시민이 그가 시장 업무에 소홀했다며 탄핵을 주장했고 파면 선거를 통해 시장직을 잃었다. 와신상담 끝에 지난달 국민당 비례대표 1번으로 입법위원 선거에 도전했다. 의원 배지를 달자마자 입법부 수장 자리까지 꿰찼다.
그의 승리로 민진당은 국정 운영에서 국민당은 물론 민중당의 협조가 절실한 처지가 됐다. 대중 노선에서도 일정 부분 야당의 눈치를 봐야 할 가능성이 있다. 민진당 출신 첫 총통인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집권기에도 국민당이 의회를 장악하는 여소야대 국면이 펼쳐져 정부 예산이 삭감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민진당이 민중당 측 인사를 내각에 대거 기용하는 방식으로 연정에 준하는 연대를 시도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커원저(柯文哲) 민중당 주석의 존재감 또한 덩달아 높아졌다. 그는 지난달 총통 선거에서 26.46%를 득표해 제2 야당 후보 최초로 득표율 20%의 벽을 넘겼다. 입법원 선거에서도 4년 전보다 3석 많은 8석을 얻었다. 그는 거대 양당에 비해 열세인 지방 조직을 정비해 4년 후 총통 선거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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