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반 헝가리 총리, EU가 경제 보복할 가능성에 선회
젤렌스키 "만장일치인 점 중요…EU 강력한 통합 입증"
쿨레바 우크라 외무 "피로감·지원 약화는 거짓에 불과"
유럽연합(EU)는 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올해부터 4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약 72조2435억원)의 장기 지원을 제공하기로 만장일치로 확정했다.
2027년까지 이어지는 장기 지원은 EU 예산안 사항으로 27개국 정상의 전원 찬성을 요구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24개월째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해당 장기 지원 예산은 지난해 여름에 결의됐다.
그러나 러시아와 친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단독 반대로 확정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말 정상회의에서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후보국 지위부여안 표결에 불참(기권)함으로써 이를 통과시켜 줬다. 그는 끝까지 500억 유로 예산지원을 유일하게 반대해 지원안은 확정되지 못했다.
오르반 총리는 EU 집행위원회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반민주적 행태를 문제 삼아 자국에 EU 경제부흥자금을 할당해 주고도 이를 동결시키자 큰 반감을 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몽니’를 부려왔다.
EU 정상은 이날 정상회의에 앞서 오르반이 계속 반대 행보를 펼치면 약점이 많은 헝가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여러 조치를 시행하기로 EU 집행위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이 오르반 총리의 태도 변화를 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헝가리는 동결된 EU 할당 경제부흥 자금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EU 예산은 회원국 납입 분담금으로 형성돼 7년을 한 기간으로 정해져 두 차례 내용이 확정된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이번 장기 지원은 군사·구호와는 관계없는 ‘국가 재정’ 지원에 속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번 합의를 두고 사의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결정이 (EU) 27개국 정상 모두가 내렸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다시 한번 강력한 EU 통합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EU의 계속된 재정 지원은 장기적인 경제·금융 안정성을 강화할 것이다. 이는 군사지원과 러시아에 부과하는 제재 압력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화색했다.
쿨레바 장관은 SNS에 “이는 ‘피로감’이나 ‘지원 약화’와 관련한 어떤 이야기도 그저 거짓에 불과함을 보여준다”라며 “유럽은 다른 국가로부터 독립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힘과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EU는 앞장서서 전 세계가 따라야 할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박수를 보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세수가 부족해 매달 50억 달러(약 6조6750억원)의 재정적자를 보고 있다. 그 결과 교육, 보건, 연금 및 공무원 보수 등 기본 국정 수행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
미국과 EU가 이 재정 분야에 한정해 지원에 나섰는데 EU는 지난해 동안 매달 15억 유로(약 2조1673억원)를 지원해 모두 180억 유로(약 26조77억원)를 건넸다.
이번에 결정된 500억 유로는 이의 후속 조치로 올해부터 2027년까지 한 해 평균 125억 유로(약 18조609억원)를 지급한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줄어든 금액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1년 4개월째인 지난해 6월 대반격 작전을 벌였지만, 러시아의 철통 수비에 막혀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하원을 장악한 미국 공화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우크라이나 2차 지원 특별예산 610억 달러(약 81조4350억원)를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 이민자 쇄도를 이유로 계속 보이콧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다.
아울러 헝가리 반대로 EU의 500억 유로 장기 지원마저 막혀 우크라이나는 큰 곤경에 빠진 참이었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가자지구에 쏠리면서 우크라이나의 사기 침체는 심해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개전 뒤로 군사·구호·재정지원으로 1100억 달러(약 146조8500억원)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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