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주둔 미군기지를 습격해 40여명의 미군 사상자를 낸 이란제 무인기(드론)가 출몰 당시 탐지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시리아·이라크 일대 친(親)이란 민병대가 지역 미군기지를 상대로 공격을 계속하는 가운데 보안 허점이 뒤늦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달 28일 시리아와 접한 요르단 내 미군기지 ‘타워22’가 이란제 자폭드론 ‘샤헤드-101’의 공습을 받았으며 그 원인은 방공 시스템 미비에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해당 드론이 워낙 낮게 난 탓에 기지 레이더에 탐지되지 못했으며 설령 탐지됐다 하더라도 요격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게 국방부 초기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한다.
이는 피격 직후 미 국방부가 내놓은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난달 29일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WP를 비롯한 주요 언론에 적군 드론이 타워22에 접근할 당시 자국 드론 역시 작전을 마치고 복귀 중이어서 이를 오인해 요격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WP는 “이러한 오인 주장이 약화된 것 같다. 개전 이후 중동 주둔 미군이 직면한 위협에 대응해야 할 국방부 역량에 새로운 의문이 따라붙었다”고 꼬집었다.
레이더 탐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투기·드론 조종사들이 저공·회피 기동을 벌이는 건 익히 알려진 기술이다. 타워22는 다중 전자 시스템을 갖춘 기지로 그동안 신호 송수신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드론 출격에 대응해 왔지만 물리적 요격이 불가능한 만큼 이번 피격으로 기지방호 맹점이 노출됐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들의 평가다.
통상 미군은 기지를 방호를 위해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이나 미사일·대포 등을 요격하는 ‘C-RAM’을 배치한다. 그러나 타워22는 주둔 병력이 350명에 불과한 소규모 병참 기지인 데다 민병대 근거지인 시리아·이라크 영토에서 벗어나 있어 이러한 방공망 배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이날 WP에 “우린 타워22 피격에서 얻은 교훈으로 변화를 만들길 원한다”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가격에 가공할 위력을 선보이는 드론이 최근 들어 각종 전투에 자주 사용되는 만큼 미군 기지 내에 보다 획기적인 ‘드론 탐지·요격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드론이 목표물을 타격하기 전 이를 공중에서 포획하는 ‘그물망’이나 기지 접근을 차단하는 ‘울타리’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당장 패트리엇과 같은 방공망을 배치하지 못하더라도 탐지 직후 전자전 이외에도 물리적인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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