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이후 넉달 연속 하락세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고전
‘美 최대 수입국’ 자리, 멕시코에 내줘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4년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다. 최근 4개월 연속 하락세인 데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8% 하락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8월(―1.2%), 9월(―0.8%)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 부채 등의 여파로 지난해 7월 CPI가 0.3% 떨어지며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후 두 달간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해 10월(―0.2%) 이후 4개월째 내리 마이너스다. 비식품 물가는 0.4% 올랐지만, 돼지고기(―17.3%) 채소(―12.7%) 등 식품 물가가 평균 5.9% 급락하면서 하락세를 이끌었다.
중국 통계국은 “지난해에는 춘제 연휴가 1월에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올해가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함께 발표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중국은 내수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며 미국의 ‘최대 수입국’ 자리를 16년 만에 멕시코에 내줬다. 7일 미 상무부는 “멕시코가 2023년 미국에 4756억 달러(약 631조3600억 원) 상당의 상품을 수출해 미국의 최대 수입국 자리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중국 상품의 수입액은 4272억 달러에 그쳐, 2022년보다 20%가량 하락했다. 중국은 2007년 미국의 최대 수입국에 오른 뒤 줄곧 1위를 지켜왔다. 수입국 3위인 캐나다(4211억 달러)와도 격차가 크지 않아, 올해는 2위 자리도 내줄 수 있다.
미국의 무역 구도가 이처럼 바뀐 건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의 영향이 가장 크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기 시작한 관세를 2021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도 그대로 유지하며 중국 상품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다.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저스 선임연구원은 “컴퓨터와 전자제품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품목에서 중국산 수입이 가장 많이 줄었다”고 미 ABC뉴스에 전했다.
멕시코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 ‘니어 쇼어링(near-shoring·인접국에 공급망 구축)’과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동맹국 공급망 연대)’ 정책의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관세가 낮은 멕시코에 공장을 옮기는 세계 기업도 늘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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