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군 지도부 교체를 결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 온 군 총사령관이 끝내 해임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년 전장에서 활약한 잘루즈니를 해임하며, 장기화하는 전쟁 속에서 권위를 시험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신임 군 총사령관에 올레크산드르 시르스키 지상군 사령관을 임명했다.
그는 성명에서 “오늘부터 새로운 지도부가 우크라이나 군의 지휘권을 넘겨 받는다”며 “나는 시르스키 대령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시르스키 사령관은 2014년부터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서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과 싸우는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휘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초기 몇 달 동안 수도 키이우 방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같은 해 7월 러시아군을 키이우에서 몰아낸 뒤, 하르키우를 점령하고 동부와 남동부 땅 일부를 되찾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초에는 격전지였던 바흐무트의 방어에도 앞장섰다.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성명에서 “오늘 우크라이나 군 지도부를 교체하기로 했다”며 “발레리 페도로비치(잘루즈니)의 모든 업적과 승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은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며 “전쟁은 변하고 변화를 요구한다. 새로운 접근법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군이 변화를 꾀하며 잘루즈니 해임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됐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잘루즈니 총사령관에 해임 방침을 알렸다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WP)도 젤린스키 대통령이 잘루즈니 총상령관에게 해임 사실을 알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군을 통솔해 왔다. 금방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군이 선전하며 그의 인기도 치솟았고, 차기 대선 주자로도 언급됐다.
러시아군의 점령 후 탈환된 헤르손의 한 벽에는 잘루즈니의 초상화와 함께 ‘신과 잘루즈니가 우리와 함께한다’는 문구가 새겨지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전장에서 이렇다 할 추진력을 얻지는 못했지만, 잘루즈니의 인기는 여전하다. AFP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 우크라이나인의 92%가 잘루즈니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77%)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특히 지난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촉구,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자국군 희생을 이유로 이에 반발하며 두 인물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잘루즈니가 정치판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AFP는 “잘루즈니가 직접적으로 정치적 야망을 표명한 적은 없지만, ‘철의 장군’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잘루즈니의 인기와 교착 상태에 머무는 전장 등 국면 쇄신을 꾀하며 군 사령관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군 지도부 교체가 오히려 병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러시아군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등 역풍도 거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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