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는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집권 당시 나토가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회원국에 국가총생산(GDP) 대비 2.0%의 국방비를 지출하도록 압박했던 그가 재집권하면 방위비를 이유로 동맹에 대한 안보우산을 철회할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 도중 과거 한 나토 회원국 지도자가 자신에게 “우리가 돈(방위비)을 지불하지 않아도 러시아로부터 공격받으면 우리를 보호하겠는가”라고 물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에 자신은 “보호하지 않겠다. 오히려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한국, 독일 등 부유한 동맹국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방위비를 내지 않는다며 거센 불만을 표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에 각각 ‘미국을 벗겨먹으려 한다(rip off)’, ‘부자 나라가 방위비를 그렇게 적게 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주한미군 및 주독미군 철수 등도 거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에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일 성명에서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는 미국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안보를 훼손한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 년간 동맹을 지켜온 미국의 안보우산이 사실상 종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세계가 미국의 의지를 신뢰하지 않으면 6·25전쟁 같은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며 “1950년 딘 애치슨 당시 미 국무장관이 아시아에서 한국을 뺀 ‘방위선(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후 5개월 만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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