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안보 무임승차’ 주장을 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방위 원칙을 부정하자 유럽 국가들의 ‘안보 자강(自强)’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는 소련 붕괴 때 만들었던 ‘바이마르 삼각동맹’을 되살리는 등 유럽 정상들이 자체 방어력 강화를 위해 결집하는 모양새다.
12일(현지 시간) 독일과 프랑스, 폴란드 외교장관은 프랑스 파리 인근에서 긴급회담을 갖고 “군사협력체인 ‘바이마르 삼각동맹’ 부활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마르 삼각동맹은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폴란드의 서방 편입을 위해 결성한 비공식 3국 협력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탈퇴 가능성을 꺼내들자 자체 전투단 결성을 합의한 세 나라가 이미 유명무실화됐던 역사 속 안보협력체의 부활까지 논의한 것이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같은 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잇달아 만난 뒤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라는 프랑스 소설 ‘삼총사’의 명언까지 언급하며 “유럽연합(EU)은 군사강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 역시 기자회견에서 “프랑스, 독일, 폴란드 간 협력은 유럽에 좋다”라며 “우리는 이 형식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의 나토 탈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유럽이 자체 핵우산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교장관은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이날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며 “유럽이 군사적으로 강력해야 동등한 입장에서 존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10일 ‘러시아의 침공 독려’ 발언에 이어 12일 소셜미디어에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금액이 유럽보다 훨씬 많다”며 “나토는 평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우선(America First)”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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