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출-관광 증가로 성장률 1.9%
韓보다 0.5%P 앞서… 25년만에 처음
‘달러환산’ 경제규모 순위엔 악영향
13년만에 美-中-獨 이어 4위 기록
지난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1.9%를 기록하면서 25년 만에 한국을 앞질렀다. ‘슈퍼 엔저’ 효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엔화 가치가 낮아진 탓에 달러로 환산한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독일에 밀려 세계 4위로 떨어졌다.
일본 내각부는 15일 “지난해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이 1.9%”라고 발표했다.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듬해인 2021년(2.6%)부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는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1.4%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치다. 일본이 실질 GDP 성장률을 앞지른 건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역전된 건 기록적인 엔저 현상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엔-달러 환율은 2023년 평균 140.5엔으로 전년 대비 10엔 가까이 큰 폭으로 올랐다. 그만큼 엔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50엔도 돌파했다가 다시 140엔대 초반까지 회복했지만,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오르더니 14일 150엔을 다시 넘어섰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일본 대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관광객 증대에도 효과적이다. 실제로도 개인소비(0.7%)나 설비투자(1.3%)에 비해 수출 부문이 3.0%를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경제성장률을 견인했다.
수출 호재로 인한 기업의 실적 개선은 일본 증시도 끌어올리고 있다. 15일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 대비 454엔(1.2%) 오른 3만8157엔으로 마감했다. ‘거품(버블) 경제’ 시절인 1990년 1월 이후 34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3만8100엔을 넘어섰다.
한일 성장률 역전이 올해 말까지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함께 발표된 일본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1년간 지속된다고 가정하는 ‘연율 환산’ 기준으로 ―0.4%로 시장 예상치(1.4%)를 크게 밑돌았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은행의 아이다 다쿠지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글로벌 성장 둔화와 국내 수요 부진, 지난달 일본 노토(能登)반도 강진 등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일본 경제가 다시 위축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엔저는 일본의 세계 경제 규모 순위에는 악영향을 끼쳤다. 달러로 환산한 지난해 일본의 명목 GDP는 4조2000억 달러로 독일(4조4000억 달러)보다 적었다. 세계 경제 규모 순위에서 미국과 중국, 독일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1968년 당시 서독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경제 규모 2위에 올랐으나, 2010년 중국이 급부상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아사히신문은 “당분간 엔저 현상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올해 (독일을) 재역전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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