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사력 우위 핵심인 우주 통신·위치정보 능력 방어
2020년대 말까지 소형·저비용 저궤도 위성 1000기 발사
일부 파괴 땐 즉시 재발사해 보충하는 능력도 추진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우주 군사 위협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고 나서면서 강대국들 사이의 우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하루 전 미사일 추적 인공위성 감시망을 구축하기 위한 소형 저궤도 위성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위성 발사가 러시아와 중국이 우주 군사력이 미국의 군사력 핵심인 통신, 정찰, GPS 시스템을 보호하는 확장전투공간체계(PWSA·Proliferated Warfighter Space Architecture)를 실험하는 초기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PWSA는 저가의 소형 저궤도 위성 수백 기로 지상 발사 미사일을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적국이 미국 위성 수십 기를 파괴하더라도 군사 위성망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캐서린 힉스 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달 미 우주군사령부에서 “오래도록 미국의 우주 능력을 지켜온 스쿨버스 크기의 대형 인공위성 몇 개를 발사해 우주 능력을 유지했으나 지금은 거의 매주 발사할 수 있는 소형의 기민한 저가 위성으로 확장 공간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 당국자들은 러시아 및 중국과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의 우주 통신, GPS, 정찰 체계를 무력화하는 공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해왔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15일 기자회견에서 미 하원 정보위원장이 공개를 촉구한 정보는 “러시아가 개발하고 있는 위성 공격 능력과 관련된 것”이라고 확인했다.
적국의 미사일 발사를 추적하고, 전 세계 미군 사이의 통신을 연결하며, 표적 정보를 제공하고, 적군의 위치 및 이동 정보를 파악하는 미국의 군사 위성망은 미군의 압도적 군사 우위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상업 위성들이 제공하는 영상 정보와 위치 정보도 미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의 소수 정지궤도 군사 위성망은 공격에 매우 취약
그러나 소수의 위성들로 구성된 미국의 군사 위성망은 러시아가 개발하는 위성 공격에 매우 취약한 상태다.
미 우주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역임한 존 쇼 예비역 중장은 지난해 공군회의에서 “내가 러시아 합참이나 중국 인민해방군의 참모라면 미국의 우주 군사력을 공격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우주개발국은 새 저궤도 위성망 구축과 신형 우주 배치 무기 개발에 향후 5년 동안 140억 달러(약 18조600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14일 스페이스X 로켓으로 발사된 저궤도 위성 2기는 극초음속 및 탄도 추적 우주 센서(HBTSS)로 불리는 것으로 중국, 러시아 등 적국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조기에 추적해 요격하는 성능을 2년 동안 시험하게 된다.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 히스 콜린스 중장은 위성 발사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HBTSS가 적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이미 록히드 마틴 및 노스롭 그루먼 등 군사 대기업과 저궤도 위성 주문 계약을 체결했으며 로켓 랩, 시에라 스페이스 등 스타트업기업에도 7억4000만 달러 규모의 저궤도 위성 18기 주문 계약도 체결했다.
◆미 국방부 요구 뒤 27시간 만에 위성 발사 기록 수립
미 국방부는 이에 더해 군의 요구가 있을 때 새로운 위성을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지난해 9월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사는 주문 뒤 27시간 만에 군사 위성을 발사했다. 과거에는 주문 뒤 21일이 지나 발사한 것이 가장 빠른 시간이었다.
이는 적국에 의해 일부 위성이 파괴됐을 때 신속하게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미기업연구소(AEI)의 우주공학자 겸 우주안보 전문가 토드 해리슨은 2020년대 말까지 미국방부가 고도 2000㎞ 이내의 신형 저궤도 위성 1000기를 발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의 미 군사 위성들은 또 고도 20만㎞의 정지궤도에 배치돼 있어 포착한 신호를 지구까지 전송하는데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인공지능 구동 무기로 즉각적으로 표적을 지정하는데 사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중국은 최근 빠르게 미국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팔을 뻗어 다른 인공위성을 붙잡는 인공위성 무기를 개발한 상태다.
◆중국 1만3000기의 군사 위성망 구축중…러시아 이미 압도
미 우주군 소속 정보 분석가인 론 러치 원사는 중국이 1만3000기의 군사 위성망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주야간 군사 이동 정보를 잡아낼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 등 첨단 정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러치 원사는 “중국은 이미 정보, 감시, 정찰 능력에서 러시아를 크게 앞선 상태”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이미 지상에서 적국의 위성을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과 무선 교란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개발하는 지상발사 우주 공격 무기가 핵탄두를 탑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WP는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 사용 위협이 냉전 복귀 및 우주 전쟁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앤킷 팬더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주 핵무기가 “수많은 저궤도 위성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리슨 AEI 연구원은 러시아의 위성 파괴 무기가 핵무기일 경우 러시아의 군사 위성망을 파괴할 수 있는 “자살 공격무기”가 될 수 있다면서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1967년 체결된 외계우주협약 위반이다. 안전한 세계 재단의 브라이언 위든 연구원은 우주에서 핵무기를 터트리면 러시아의 유엔 내 신뢰는 물론 중국과의 신뢰도 크게 손상되므로 정치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우주에서 핵탄두 터트리는 방식은 “자살 공격”…가능성 적어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주에서 핵폭탄을 터트리면 전자기파에 의해 위성들이 즉각적으로 무력화되고 장기적으로 방사능도 위성을 고장 나게 만드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리슨 연구원은 미국이 1962년 1.4 메가톤의 핵무기를 400㎞ 상공에서 터트리는 핵실험을 했을 때 인공위성의 3분의 1이 영향을 받았으며 영국이 몇 달 전 최초로 발사한 위성도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핵에너지로 강력한 전파를 발사해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무기가 유용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러시아는 토볼 전자무기체계로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스페이스X사의 스타링크 인공위성 통신망을 무력화하는 실험을 했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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