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고향 뉴욕에서 6000억 원이 넘는 ‘벌금 폭탄’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와 그의 사업체가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자산 부풀리기’를 한 끝에 부당 이익을 얻었다며 뉴욕 법원이 16일 벌금 3억5500만 달러(4741억 원)와 추가 이자를 내라고 판결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역대 최대 벌금이다.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Trump Organization)도 법원 판결로 은행 대출 청구 금지, 트럼프 부자(父子)의 경영 관여 금지 등 벌칙 조건이 따라 붙어 사실상 수년간 경영 마비가 예상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성추행 피해자인 작가 E. 진 캐럴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8330만 달러(1113억 원)도 물어야 한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뉴욕 법원과의 ‘악연’은 서막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 달 25일에는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 따른 문서 조작 혐의를 두고 미 전·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첫 형사 재판을 받게 된다.
● “트럼프 ‘자존심’ 부동산까지 팔아야”
16일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아서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의 이른바 ‘사기 대출’ 의혹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트럼프 측에 3억5500만 달러를 벌금으로 내라고 판결했다. 이자까지 포함하면 4억5000만 달러(6010억 원)로 훌쩍 뛸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두 아들이 각각 3년, 2년씩 뉴욕주 내 사업체에서 경영을 할 수 없도로 했다. 사실상 경영권을 박탈한 것이다. 트럼프그룹은 뉴욕 은행에서는 대출도 신청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그룹은 최고경영진을 사실상 잃고, 부동산 운영의 필수적인 은행 자금줄도 끊기는 인사, 재정적 위기에 처하게 됐다.
앞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은행과 보험사로부터 유리한 거래 조건을 얻기 위해 보유 자산 가치를 허위로 부풀려 신고했다며 2022년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엔고론 판사는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고, 트럼프그룹 등이 얻은 부당 이익을 계산해 벌금 폭탄을 내린 것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며 “그들이 참회니 양심의 가책이 전혀 없는 것은 병적(pathological)”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렇다해도 벌금을 공탁해야 해 30일 이내에 6000억 원 이상을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의 재정 상황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현금성 자산으로 벌금을 내도 모자라 결국 부동산을 매각해야 할 것”이라며 “당장 현금화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존심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 “50만 원 황금 스니커즈 출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 뒤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우리가 항소에 성공하지 못하면 (기업들이 다 떠나) 뉴욕주는 사라질 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벌금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부당한 판결에 따른 벌금에 자금을 대자’라는 제목으로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 글이 게시되자 개설 24시간 만에 8만4354 달러(1억1000만 원)이 모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판결 다음날 399달러(54만 원) ‘황금 운동화’를 선보이며 비싼 굿즈(기념품) 판매를 예고했다. 그는 17일 미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신발 박람회 ‘스니커즈 콘’에 등장해 황금색에 성조기가 그려진 ‘트럼프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이 나라를 빠르게 되돌릴 것이고, 젊은이들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니커즈 문화를 향유하는 젊은층에 호소하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굿즈로 자금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황금색 신발에는 ‘네버 서렌더 하이탑 스니커즈(절대 항복하지 않는 스니커즈)’ 이름이 붙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