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도중 사망한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시신이 시베리아의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러시아 독립매체 ‘노바야 가제타 유럽’이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신에선 멍자국이 발견됐는데 구급대원은 경련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6일 숨진 나발니의 시신은 현재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주(州) 도시 살레하르트의 임상병원에 있다. 그가 마지막으로 수감됐던 제3교도소(IK-3)에서 45㎞가량 떨어진 곳이다. 병원 관계자는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을 경찰 두명이 지키고 있으며 부검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노바야 가제타 유럽에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그간 나발니 시신 소재에 대해 함구해 왔다.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쉬 변호사는 전날(17일) 나발니의 어머니 류드밀라 나발나야와 함께 살레하르트의 영안실을 찾았지만 시신이 없다는 소식만 들었다고 밝혔다. 부검이 마무리되지 않아 유족들이 시신을 인계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교정 당국은 교도소를 찾아온 유족들에게 나발니의 사인을 ‘돌연사 증후군’이라고 통보했다.
돌연사 증후군은 뚜렷한 원인 없이 심장마비로 인한 급사를 일컫는 포괄적인 용어다. 이와 관련해 나발니의 시신을 봤다는 한 구급대원은 이날 독립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가슴 부위에 멍을 발견했다면서 나발니가 사망 직전 경련을 일으키자 의료진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자국을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나발니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교정당국이 그를 고의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나발니 사망 하루 전 법정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그가 밝게 웃으며 판사와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포착됐다. 어머니 류드밀라는 사망 사흘 전인 지난 12일 교도소 면회 때 나발니가 “밝고 건강한 상태”였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회고했다.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 시신 부검을 위해 모스크바에서 전문가를 급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택시기사는 전날 저녁 러시아 조사위원회 위원들을 태운 특별 항공기 2대가 차례로 살레하르트 공항에 도착했다고 노바야 가제타 유럽에 전했다. 앞서 교정당국은 16일 나발니가 산책 후 의식을 잃어 의료진이 출동했지만 소생에 실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나발니는 러시아에 몇 안 되는 야권 정치인이자 반(反)정권 평론가로 푸틴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분류된다. 2021년 1월 영상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흑해 연안에 총 13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들여 초호화 비밀궁전을 지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이로 인해 징역 30년을 선고받아 모스크바 외곽의 제6교도소(IK-6)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IK-3으로 이감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