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재건에 사활 걸어
2나노급 넘어 1나노급도 연구
일본이 인공지능(AI)용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450억 엔(약 4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TSMC 공장 건설에 수조 원의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데 이어 반도체 관련 개별 기술 개발에도 정부 예산을 투입해 경쟁력 제고에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자국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인 ‘최첨단 반도체 기술센터(LSTC)’가 진행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대한 예산 지원을 결정했다. LSTC는 라피더스, 도쿄대, 이화학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산학 협동 연구기관이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대기업이 참여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합작 기업이다. 지난해부터 일본 홋카이도 지토세시에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급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2027년부터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LSTC는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지 않고 AI가 내장된 기기에서 처리하는 ‘에지AI’용 반도체 설계 기술을 연구한다. 개발에 성공하면 라피더스가 생산한다. 에지AI는 데이터 처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이와 별도로 1나노급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2나노급 양산도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 1나노급 제품 출시는 시일을 기약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본은 2029년 이후 출시를 목표로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 IBM, 프랑스 전자정보 기술연구소 레티 등과 협업한다.
집권 자민당 내 반도체의원연맹 회장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의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경험이 없는 일본이 어떻게 2나노급 반도체를 만들 수 있겠냐는 말도 있지만 전 세계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와 소재는 일본이 공급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대만 등에 밀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잃었던 일본은 대만 TSMC 공장 등을 유치하며 반도체 산업 재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따라 TSMC는 공장 착공 20개월 만에 사실상 가동을 시작했고 24일 제1공장 준공식까지 앞두는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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