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이사국 중 한국 포함 13개국 찬성에도
미국 거부권 행사…"인질 협상에 부정적 영향"
한국 "공포에 떠는 라파 주민 무시할 수 없어"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20일(현지시간) 표결에 부쳐졌으나 거부권 행사를 공언해온 미국의 반대로 부결됐다. 즉각적인 휴전을 권고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미국 반대로 좌초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유엔 안보리가 이날 표결에 나선 알제리 결의안은 찬성 13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알제리 결의안은 안보리가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한다는 것이 골자다.
5개 상임이사국 중 러시아, 중국, 프랑스와 한국을 포함한 10개 비상임(선출직)이사국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비토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해온 미국이 실제 거부권을 행사했고, 영국은 기권했다. 미국은 앞서서도 안보리 가자 휴전 요구안을 담은 결의안을 두차례 부결시켰다.
미국은 현시점에서 안보리의 휴전 요구가 오히려 인질 협상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마스 그린필드 미국 유엔대사는 표결에 앞선 발언에서 현재 인질석방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란 점을 언급하며 “지금 테이블에 올라온 결의안은 하마스 인질 석방 요구 없이 즉각적이고 조건없는 석방을 요구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수 없고, 이러한 협상에 사실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인질협상을 거론하며 “결의안에 대한 오늘 표결은 이러한 협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지금은 그러한 결의안을 통과시키기에 적절한 시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신 미국은 ‘가자지구에서 가능한 빨리 일시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이 휴전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결의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조건부 임시 휴전안이라 국제사회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외신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마저도 실제 표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는 “표결을 서두를 계획이 없다”며 미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긴급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비 보좌관은 “우리는 여전히 일반적 의미의 휴전을 믿지 않는다”며 “영구적인 휴전은 하마스의 통제권을 유지하고 인질 석방에 대한 그들의 책임을 완화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는 한국 역시 이사회의 일원으로 가자지구 사태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유엔대표부는 미국과 달리 즉각적인 휴전에는 찬성표를 던졌으나, 하마스의 책임과 인질협상을 강조하는 미국의 주장에도 동조했다.
황준국 유엔대사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인도주의적 휴전이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해 알제리 결의안에 찬성했다”며 “가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밀집한 라파에서 사람들은 지금 전면적인 지상작전이 일으킬 수 있는 재앙의 조짐이 보이면서 공포에 떨고있다. 한국은 수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또다른 인도적 재앙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결의안에 하마스가 자행한 개탄스러운 테러행위에 대한 분명하고 단일한 규탄이 빠진 것은 유감스럽다”며 “이집트, 카타르, 미국, 이스라엘 등 주요 당사국간 진지한 협상이 오랫동안 지연된 인질 석방을 위해 활발히 진행 중인 점을 주목한다. 이러한 노력에 강한 지지와 감사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 가자지구 휴전과 2국가 해법 실현을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안보리 심의에 적극적이고 건설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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