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현실로”…기업가정신-인력풀-투자 3박자에 민간 달 착륙 이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3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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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달에 돌아왔다(The US has returned to the moon).”

1969년 열한 살 때 고향 이란에서 이웃집 TV로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지켜본 소년은 줄곧 우주를 가슴에 품어왔다. 열여덟 살엔 꿈을 이루려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48년 뒤인 22일(현지 시간), 소년의 꿈은 현실이 됐다. 캄 가파리안(66)이 창업한 스타트업 인튜이티브머신스의 오디세우스(노바-C)가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을 이뤄냈다.

민간기업의 꿈을 실현시킨 오디세우스는 미 중부시 기준 22일 오후 6시 24분(한국시간 23일 오전 8시 24분) 달 남극에서 300km 떨어진 분화구 ‘말라퍼트 A’ 지점에 착륙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오디세우스가 제대로 수직으로 선 채 자료를 전송하고 있다”며 “달 표면을 찍은 첫 이미지를 내려받으려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성공엔 미 스타트업의 기업가정신과 정부의 풍부한 인재 풀 및 투자 지원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른바 미국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경제가 결실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

공학자이자 사업가인 가파리안은 미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스티븐 알테무스와 함께 2012년 인튜이티브머신스를 세웠다. 초기는 헬스케어 분야에 주력했지만, 2018년 NASA가 달 남극에서 임무를 수행할 민간기업을 찾는단 소식을 듣고 방황을 선회했다. 이른바 NASA의 ‘상업 달 탑재체 서비스(CLPS)’ 프로그램이다.

알테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기존 사업이 우리 DNA와 맞는 않아 ‘달 탐사’를 선택했다”며 “우린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고 싶은 멋진 이들과 일한다”고 했다. 실패를 경험으로 여기는 우주광들의 도전 정신이 빛을 발한 것이다.

여러 정부도 쓴 맛을 본 달 탐사는 민간기업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NASA와 계약을 맺은 애스트로보틱도 지난달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직원 110여 명 중 상당수가 NASA 출신. 착륙 지점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자체항법시스템 개발 등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NASA에서 1억1800만달러(약 1573억 원)을 지원받고,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했다.

오디세우스는 달을 탐사하는 기존 임무와 별개로 화가 제프 쿤스의 달 형상 작품과 아웃도어기업 컬럼비아의 우주선 보호 단열재 등도 함께 싣고 갔다. 다가올 우주 경제 시대에 대비해 “달에 여러 인프라를 구축해 새로운 지구를 만드는 꿈을 반영했다”고 한다.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는 미국 괴짜 기업가들이 이끈 혁신도 밑바탕이 됐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2002년 ‘화성 이주’를 목표로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 재활용을 통해 로켓 산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자신의 꿈을 담은 블루 오리진스를 설립해 2021년 로켓을 타고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미 월가는 “뉴 스페이스 경제 덕에 향후 우주 산업이 2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미 민간기업이 달 착륙까지 성공한 건 스페이스X 등의 혁신과 더불어 미국의 풍부한 인력풀, 산업 공급망과 같은 저변 확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효율적 개발비 운용을 바탕으로 민관이 손잡고 우주 탐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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