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하루 앞둔 23일(현지 시간)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다 되레 인종차별적 농담을 해 비판에 휩싸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인구 510만 명 중 약 25%가 흑인으로, 미국 평균(15%)보다 그 비중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흑인보수연맹(BCF)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흑인들은 너무 심하게 상처받고 차별을 당했기 때문에 나를 좋아한다”며 “그들은 실제로 나를 차별받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4건의 형사기소를 당한 자신과 인종적 편견 때문에 차별적 공권력 행사 등에 시달려 온 흑인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한 지난해 8월 미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머그샷’(피의자 식별 사진)을 찍은 사실을 거론하며 흑인들 사이에서 그 머그샷이 인기가 많다고도 했다. 그는 “흑인들이 내 머그샷을 들고 돌아다니는 걸 보면 정말 놀랍다. 그들이 셔츠를 만들고 한 장에 19달러에 팔고 있다. 그렇게 수백만 개가 판매됐다”고 말했다.
이날 일련의 발언을 두고 인도계인 공화당 대선 경선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역겨운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가 프롬프터(원고 자막 기기)를 끄면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즉석 연설을 하면 실언을 한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4일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서는 자신보다 네 살 많은 바이든 대통령의 걸음걸이와 말투를 조롱했다. 이어 올해 78세인 자신의 인지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헤일리 전 대사와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을 거론하며 “그들은 이번에도 내가 횡설수설했고 인지장애가 있다고 하겠지만 나는 천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자신이 낫다며 프롬프터를 끄고 즉흥 연설을 했지만 25분간 맥락 없는 발언을 이어가 적지 않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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