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스라엘 정책 탓에 ‘정치적 곤경’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갈지(之)자 정책이 이어지다보니 재선 표심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유대계가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만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격이 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내봤으나 비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지지자들의 화만 키웠다는 분석이다.
토니 블링컨 미(美) 국무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서안지구에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실망했다면서 “국제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초에도 미국은 서안지구 정착촌이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때 이를 번복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서 벗어난 시도를 한 것이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싸늘한 분위기가 감돈다.
이스라엘 정책 포럼 싱크탱크 연구원인 님로드 노빅은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너무 적고, 너무 늦었다”며 “일관성이 없다. 메시지는 있으나 전반적 전략이 불분명한 전술적 발언”이라고 말했다.
후삼 좀롯 주영국 팔레스타인 대사 또한 “이전 정부의 불법 행위를 되돌리는 일이 3년 반이나 늦어졌다”며 “블링컨 장관과 바이든 대통령이 왜 이 문제와 다른 많은 사안에 대해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공격으로 이스라엘에서 12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후 팔레스타인 통치 지역인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의 맹공격을 지지해왔다. 그러나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3만 명 가깝게 늘어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휴전 결의를 촉구하는 움직임이 나왔는데,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부결시켰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점점 더 승산이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며 “최근 이스라엘 정부에 가자지구 전쟁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위한 협상(두 국가 해법)에 나서라고 압박하는 그의 움직임은 미국의 일부 열렬한 이스라엘 지지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의 가장 맹렬한 비판자인 정치적 좌파와 아랍계 미국인 공동체를 달래는 것에도 전혀 근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NYT는 그러면서 “사실 이스라엘 총리(베냐민 네타냐후)와 미국 대통령(바이든)에게 주어진 정치적 과제는 정반대”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이 끝나야 2020년 자신을 당선시킨 연합을 재집결할 수 있다. 반대로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완전히 패할 때까지 전쟁이 계속돼 분노한 유권자들로부터 자신의 정치적 평가를 막고, 잠재적으로 그의 동맹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권력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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