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반대단체서도 앨라배마 대법원 판결에 찬반 갈려
인공수정 포기한 기독교인 "냉동배아는 사람 아냐"
불임지원단체 "더 적은 수의 아이들이 태어날 것"
미국 앨라배마 주 대법원이 냉동 배아도 아이와 같다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판결에 따른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수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낙태 반대 운동을 주도하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판결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앨라배마주 대법원 판결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사례를 먼저 다뤘다. 앨라배다주에 살면서 원인 불명의 불임을 겪고 있는 기독교인 마가렛 보이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10개월 간 불임 치료를 받고 체외수정(IVF) 첫 예약을 며칠 앞두고 있었다. 이 시점에 해당 판결이 내려져, 불임 치료를 중단하게 됐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판결로 인해 이미 힘든 상황에 불필요한 불안감이 더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앨라배마 대법원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진 않았지만, 냉동 배아를 폐기할 경우 생명을 훼손한 것으로 취급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다수 대법관은 판결의 근거를 법에 두었지만, 대법관 톰 파커는 자신의 결정을 설명할 때 성경 구절을 반복해서 인용하며 종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의 판결이 ‘칠산명령(Seven Moutains Madate)’를 중시하는 기독교적 민족주의에 바탕을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칠산명령은 기독교인은 가족과 교회 교육 언론 예술 기업 정부 등 7가지 사회를 지배하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그는 “모든 인간은 태어나기 전부터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 생명을 파괴하는 것은 그 분의 영광을 훼손하는 것이다”는 구절을 언급했다. 이에 기독교를 믿는 낙태 반대 단체는 파커 대법관의 성명에 지지를 표했다.
판결이 나오자 난임치료를 진행하는 일부 병원과 의료진들은 배아를 다루다가 기소당할 가능성에 대해 불안감을 표출하며 IVF 시술을 중단했다.
보이스는 기독교인으로서 낙태를 반대하지만 냉동 배아를 생명체로 보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배아는 아기가 아니다. 배아가 아기가 되길 갈망하는 사람만큼 그것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불임가족 지원단체 캐리웰에서 일하는 로드니 밀러는 이번 판결로 출산이 더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기독교인들이 이번 판결을 지지하지만 그것이 “전투에서 이겼지만 전쟁에서 패배한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그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인공수정이 갈수록 줄어들어) 더 적은 수의 아이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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