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북한 납치피해 가족 “피해자 일괄 귀국시 대북 제재 해제 반대 안해”

  • 뉴스1
  • 입력 2024년 2월 26일 17시 09분


북한 납치 피해자들의 가족이 지난 25일 도쿄 도내에서 회의를 열고 “부모 세대가 살아 있는 동안 모든 피해자의 일괄 귀국이 실현된다면, 일본이 가하고 있는 독자 제재를 해제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NHK에 따르면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이하 가족회)은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제재’를 요구해 왔지만, 고령화와 납치 문제 전면 해결을 위해 처음으로 조건을 붙여서라도 제재 ‘해제’ 카드까지 꺼내게 됐다.

가족회 대표이자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 씨의 동생, 다쿠야 씨는 “고뇌 끝에 내린 판단이다”며 현재 (피해자의) 부모 세대는 두 명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남은 부모 세대 2명은 각각 요코타 메구미 씨의 모친(88)과 아리모토 아키히로 씨의 부친(95)이다. 특히 아리모토 씨의 부친은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존해 생활 중이다.

4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피해자 전원의 조기 귀국을 위한 새로운 활동 방침이 정해졌다. ‘부모 세대의 가족원이 살아 있는 동안 피해자 전원의 일괄 귀국이 실현된다면, 일본이 인도 지원을 실행하고 (북한에) 부과 중인 독자 제재를 해제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단 가족회는 새 방침에는 ”기한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부모 세대의 가족원이 살아 있는 동안’이라는 전제 기한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독자 제재 강화를 요구하기로 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결의에 기반한 제재와 더불어 독자적 추가 제재를 실시하고 있다.

독자 제재로는 △북한과의 수출입 전면 금지 △북한 국적자 입국 금지 △북한 선박 입항 금지 △북한과의 전세 항공편 직항 운영 금지 △일본 국가공무원의 북한 도항 보류 등이 있다.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부과됐다.

다쿠야 씨는 이날 회의를 마친 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양국이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서로에게 인도 문제인 납치 문제와 식량 문제를 해결하자“며 ”우리의 방침을 오독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2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납치 해결을 위한 강렬한 마음의 표현임을 엄숙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회 측이 제시한 제재 해제와 관련해 ”납치, 핵, 미사일이라는 여러 현안의 포괄적 해결을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관점에서 부단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해 5월 북·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체를 가동 중이다.

이달 15일에 들어서는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기시다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여지를 뒀지만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의 장애물로 삼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납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시다 총리의 목적과는 상충하는 조건으로, 일본 정부가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취할지는 미지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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