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6연패’를 했지만 후보직을 유지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오는 5일(현지시간) ‘슈퍼 화요일’(16개주 동시 경선)을 거치면서는 전격 사퇴를 택할지 주목된다. 전반적 상황을 미루어 짐작해본다면 후보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일찌감치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경선을 포기한 다른 경쟁자들과는 다르게 그의 ‘유일한 라이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계속 이 상황을 이어가기에는 녹록지 않다. 지난 1월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부터 뉴햄프셔, 네바다주와 버진아일랜드에 이어 자신의 고향이자, 주지사를 두 번 지냈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지난달 27일 미시간주 경선까지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판판이 깨졌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패하면서는 자금줄도 끊겼다. 보수 성향의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이끄는 정치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은 헤일리 전 대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패한 직후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승패가 결정난 경쟁’이라고 본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그럼에도 ‘슈퍼 화요일’까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들이 후보가 한 명뿐인 소비에트식 선거가 아닌 진정한 선택을 할 권리가 있다”(2월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패배 후 헤일리 전 대사)는 게 이유다.
그렇다면 헤일리 전 대사가 슈퍼 화요일을 거치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극적인 추월을 할 수 있을까. 전망은 어둡다.
헤일리 전 대사 측은 경선이 치러지는 16개 주 중 11개 주에서 무소속 유권자를 포함하는 ‘오픈 프라이머리 또는 반(半)오픈 프라이머리’가 열리는 만큼 ‘표의 확장성’이 작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헤일리 전 대사가 유리한 경선을 치를 것이란 희망을 보여왔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슈퍼 화요일에 경선이 치러지는 주 중 비교적 중도 성향이 강한 것으로 칭해지는 3개 주(버몬트·메인·버지니아)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적으로 따져봐도 승산이 작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려면 대의원 2429명 중 과반(1215명 이상)이 필요한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월 29일 기준 대의원을 총 122명 확보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24명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5배나 처진다.
슈퍼 화요일 주에는 캘리포니아와 같이 과반수 득표자가 모든 대의원을 확보할 수 있는 규칙(승자독식제)이 적용되는 곳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련의 상황으로 봤을 때 늦어도 3월 19일까지는 과반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헤일리 전 대사도 슈퍼 화요일까지를 자신의 경선 레이스의 끝으로 정해놓은 듯한 뉘앙스를 보이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 중 후보 사퇴 여부에 대한 질문에 “3월 5일 여러 주에서 열리는 경선인 슈퍼 화요일까지는 참여할 것”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또 ‘마지막 한 사람이 투표할 때까지 선거 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최근의 약속이 6월 예비선거가 끝날 때까지 경쟁하겠다는 뜻이냐’는 언론의 질문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마지막 한 사람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후보직을 사퇴한 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화기애애하게 합을 맞출 수 있을진 미지수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지 능력(정신 건강)이 우려된다는 등 각을 세워왔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선 헤일리 전 대사를 탐탁지 않아 하는 기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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