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LINE) 운영사인 라인야후에 대해 모회사인 한국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특정 기업에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청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일본 총무성은 5일 이데자와 다케시(出沢剛) 라인야후 사장을 불러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 비밀 누설을 지적하며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수정 등을 요청하는 행정 지도서를 전달했다.
총무성은 라인야후 일본 측 주주인 소프트뱅크 사장도 불러 라인야후 요청이 있으면 적절히 검토하라고 구두로 요청했다.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에 추가로 출자를 하거나 네이버 보유 라인야후 지분 일부를 인수해 1대 주주로 올라서는 걸 일본 정부가 바라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출자한 합작 조인트벤처 ‘A홀딩스’가 지분 64.4%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메신저 라인과 일본 최대 포털인 야후를 운영한다. 일본에서 라인을 월 1회 이상 사용하는 사람 수는 9600만 명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시스템 개발과 운용, 보수 등을 위탁하며 개인정보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라인은 관계사인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개인정보 52만 건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밝혀졌다. 2021년 중국 업체에 인공지능(AI) 개발 업무 위탁 과정에서 중국인 개발자가 서버 내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실도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라인 시스템의 인증 기반이 네이버와 공동으로 사용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네이버에 대한 강한 의존관계가 (관리·감독 부실의)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라인야후 측이 개발 운영 분리에 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하자 일본 정부는 “기술 조치를 마련하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자본 관계 자체를 재검토하라고 나섰다.
다만 일본 정부가 원하는 자본 관계 재검토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소프트뱅크가 시가총액이 이미 3조 엔(약 26조7828억 원)에 이르는 라인야후에 추가로 투자할 여력이 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정치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자민당 경제 안보 추진본부는 최근 라인에 대해 “사고를 쳐도 이용자가 줄지 않으니 진지하게 대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이 라인 보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세계 주요 선거가 몰린 올해에 소셜미디어를 통한 허위 정보 유포나 여론 조작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네이버는 “라인야후와 함께 향후 보안 체계 강화를 위해 일본 정부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6일 “일본 총무성은 라인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네이버 클라우드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미 라인야후 측에서 네이버 클라우드와 라인 간 네트워크 접속관리를 강화하고 양사 간 공동인증체계를 분리하는 등 위험 요소를 없애려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라인야후 측은 6일 정보 유출 및 행정지도 책임을 지고 가와베 겐타로(川邊健太郎) 회장 등이 보수 일부를 자진 반납한다고 발표했다. 가외베 회장은 월 기본급 30% 1개월치, 이데자와 사장과 신중호 최고프로덕트임원(CPO)는 월 기본급 30% 3개월치를 각각 반납한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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