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물 ETF 허용에 자금 몰려
금리인하 기대-‘내달 반감기’도 한몫
전문가 “등락폭 커 투자 주의해야”
비트코인이 5일 장중 6만9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11월 6만8990달러를 찍었던 이전 기록을 2년 4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비트코인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초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같은 해 11월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까지 겹쳐 한때 1만6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약 300% 이상 급등했다. 가상화폐 거래 앱 스완의 코리 크립스텐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150여 번이나 ‘가상화폐는 죽었다’는 선언이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살아남았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비트코인이 1년 반여 만에 300% 뛴 주요 원인으로 미 금융당국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했다는 점이 꼽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신청한 11개 현물 ETF를 승인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시장에 출시된 ETF 총자산은 500억 달러(약 66조8000억 원)에 육박한다. 또 이날 하루 동안 약 100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거래가 ETF를 통해 이뤄졌다.
가상화폐 자산 관리사 갤럭시디지털에 따르면 1일 기준으로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약 4%가 새로운 ETF에 묶여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건스탠리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에 얹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상승의 또 다른 배경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인공지능(AI) 열풍 등으로 최근 주식 채권 등 주요 금융자산이 잇따라 상승하면서 가상화폐 또한 동반 상승세에 접어들 것이란 낙관론 등이 꼽힌다.
또 4년마다 돌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다음 달 말로 예상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비트코인은 특정 시기에 채굴량이 반으로 줄어들도록 설계됐다. 공급 감소로 기존 비트코인의 몸값이 올라갈 여건이 만들어진다.
다만 가상화폐 회의론자들의 경고 또한 상당하다. 이들은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문제삼는다. 5일에도 6만9000달러를 찍은 직후 14% 이상 급락할 정도로 등락 폭이 커 투자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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