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최근 옥중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8)의 생전 인터뷰가 공개됐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과 LCI 방송은 나발니가 2020년 12월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자크 메르 당시 유럽평의회 의원과 나눈 대화를 처음 공개했다.
당시 나발니는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노비촉 계열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뒤 독일로 이송돼 치료받던 중이었다.
나발니는 대화에서 “그들이 나를 죽이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내 역할을 대신할 준비가 된 다른 사람들이 있다. 모든 권력이 단 한 사람의 손에만 쥐어진 나라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 수백만 명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인 최소 절반이 러시아가 다른 일반적인 유럽 국가처럼 되기를 원한다”며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생각과 정치적 움직임을 탄압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활동을 “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대표하고 있는, 혹은 내가 대표하려고 하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가 자신과 절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당국이 자신을 ‘급진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당시 귀국 후 언제 체포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 당국은 자신이 해외에 머물며 “또 한 명의 이민자”가 되길 원한다면서 확고한 귀국 의사를 밝혔다.
자신이 체포돼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면 반정부 운동은 어떻게 되는지 묻는 말엔 “이미 나는 많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왔기에 내 팀원들은 내가 없이도 어떻게 조직을 운영할지 알고 있다”며 “나 대신 운동을 이끌어갈 사람이 몇 명 더 있다”고 답했다.
나발니와 인터뷰한 메르 의원은 나발니를 ‘매우 결연한 전사’이자 ‘화강암 덩어리’와도 같았다고 묘사했다.
이 인터뷰 한 달여 뒤인 2021년 1월 러시아로 돌아간 나발니는 즉시 체포됐다. 그는 교도소에 갇힌 지 3년여 만인 지난달 16일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나발니의 시신은 사망 9일째인 24일에야 유족에게 인도됐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