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총선에서 극우 정당 ‘체가’가 급부상하며 유럽 정계의 극우 돌풍이 거세지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처럼 기성정치에 실망한 여론의 지지를 받아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포르투갈 총선 개표 결과 중도우파 사회민주당(PSD)과 두 개의 소규모 보수 정당으로 구성된 민주동맹(AD)이 29.5%를 확보해 1당에 올랐다. 2위는 집권 사회당으로 0.8%포인트 뒤진 28.7%를 얻어 아슬아슬하게 밀려났다. 사회당은 2015년부터 집권한 뒤 지난 2022년 조기 총선에서 독자적으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바 있어 이번 결과는 충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AD는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수(전체 의석 중 115석)는 확보하기 힘들어 다른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전체 의석 230석 중 4석은 해외 투표자들의 표를 개표한 뒤 결정된다.
이번 선거에서 체가는 18%를 얻어 3위를 차지하며 급부상해 주목받았다. 이는 지난 2022년 조기 총선에서 얻은 7.2%의 3배 높은 수준이다. 체가는 창당된 2019년 총선에서 1석, 2022년 총선에서 12석을 확보했는데 이번에는 지난 총선보다 4배 늘어난 4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포르투갈에서 이번처럼 극우 정당이 부상한 적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체가는 한 때 PSD 소속이었다가 탈당한 안드레 벤투라 대표가 창당했다. 변호사, 대학교수, 축구 해설가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젊은이들의 반이민 정서와 고물가, 주택난 등으로 인한 반정부 정서 등을 잘 이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체가는 선거 과정에서 “포르투갈을 청소해 부패를 종식시키겠다”며 기성정치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벤투라 대표가 많은 유럽국가에서 극우 포퓰리즘 운동이 성공을 이끈 방식을 활용했다”며 “반엘리트주의, 반다원주의 등 다양한 이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이번 투표는 정부의 대규모 녹색 투자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고,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안토니오 코스타 총리가 사임하며 촉발됐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AD의 루이스 몬테네그로 대표는 극우 정책을 부담스러워하며 체가와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연립정부 구성의 어려움으로 체가와 합의해야 한다는 상당한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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