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금식 성월(聖月) ‘라마단’이 시작된 10일 동예루살렘 내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동 성지(聖地) ‘알아끄사’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이슬람교도가 충돌했다. 특히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무슬림의 알아끄사 집결을 주문했고, 이날 이스라엘 경찰 또한 진압 과정에서 곤봉을 휘둘러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이 중동전쟁의 확전 기폭제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슬람교도 수십 명이 라마단의 첫날 밤 기도를 위해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한 곳인 이곳의 모스크(알아끄사 사원) 경내로 들어가던 중 이스라엘 경찰과 충돌했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경찰들이 곤봉을 휘두르며 무슬림들을 진압하는 동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경찰 10여 명이 한 골목에서 곤봉을 휘두르자 무슬림들이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도망치거나 일부는 곤봉에 맞으면서도 경찰에 항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스라엘 측은 “40세 이상 무슬림 여성의 예배만 허용했는데 해당 남성들이 통제 지침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약 14만 ㎡ 크기인 알아끄사에는 이 모스크 외에도 기독교 교회 등이 있다. 알아끄사가 있는 동예루살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전까지 요르단 영토였다. 전쟁 승리로 이곳을 차지한 이스라엘은 아랍권과 충돌할 때마다 이곳의 탄압을 강화해 논란을 불렀다.
특히 최고 극우 인사로 꼽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나 알아끄사를 찾아 “우리가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행보가 같은 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주요 원인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마스는 당시 기습 공격의 작전명을 ‘알아끄사의 홍수’라고 명명했다.
하마스는 9일 성명을 통해 “팔레스타인 안팎의 모든 전선에서 이스라엘과 대결하겠다”며 무슬림의 알아끄사 집결을 촉구한 상태다. 즉, 라마단을 맞아 신앙심에 고조된 일부 강경파 무슬림이 이스라엘 군경과 재차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또한 같은 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미국의 강한 반대에도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며 “그곳(라파)으로 가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9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에 숨어 있던 하마스 고위 간부 마르완 잇사가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잇사는 지난해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군사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의 최측근이다.
알아끄사
동예루살렘 성전(聖殿·temple)산을 일컫는 아랍식 용어.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가 모두 신성시해 종교 분쟁이 잦다. 특히 이곳의 모스크 ‘알아끄사 사원’은 이슬람의 3대 성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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