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경찰이 난민촌에서 폭죽놀이를 하던 12세 팔레스타인 소년에게 총격을 가해 현장에서 사살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오히려 경찰을 두둔하며 “테러리스트는 이렇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은 12일 “동예루살렘 내 이스라엘 점령지인 슈아파트 난민촌에서 팔레스타인 소년 라미 함단 알할룰리(12·사진)가 이스라엘 국경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당시 영상에 따르면 폭죽을 머리 위로 들고 있던 아이는 폭죽이 발사되는 순간 어디선가 총성이 들리며 쓰러졌다. 라미는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을 거둔 상태였다.
사건 직후 이스라엘 경찰 대변인은 “경찰 쪽으로 공중에 폭죽을 발사한 용의자를 향해 발포했다”며 “전날부터 난민촌 인근에서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이 군경에 화염병을 던지거나 폭죽을 쏴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대응이 정당했다는 주장이다. 어린아이가 목숨을 잃었는데도 이스라엘 경찰을 총괄하는 이타마르 벤그리브 국가안보장관은 경찰을 치하하고 나섰다. 대표적 극우 정치인인 그는 소셜미디어에 “테러리스트를 살해한 경찰관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이게 바로 우리가 테러리스트를 상대하는 방식”이라고 썼다.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에게 발포해 최소 112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비난은 더욱 거세졌지만, 이스라엘의 태도는 바뀌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민간 의료진을 학대한 사실도 드러났다.
영국 BBC방송은 12일 “지난달 12일 가자지구 나세르병원에서 군인들이 의사 등의 옷을 벗기고 구타까지 저질렀다”며 “병원 내 하마스 대원을 색출한다며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관련 영상에선 의료진으로 보이는 이들이 속옷 차림으로 무릎을 꿇고 있다. 당시 피해를 입은 한 의료인은 “물을 뿌리고 모욕하는가 하면, 조금만 움직여도 폭력을 휘둘렀다”고 폭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매우 충격적 사건”이라며 “이스라엘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고 성토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무기 이전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에는 제대로 응하지 않고 민간인 피해를 가중시킬 새로운 군사작전을 벌인다면, 이를 ‘레드 라인’을 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군사 지원 제한도 이에 대한 방편 중 하나로 풀이된다. 하지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 브리핑에서 “정확한 정보가 아닌 추측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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