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을 확보하기 위한 교착상태에 빠진 회담이 이르면 17일 카타르에서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16일(현지시각) 이집트 관리들을 인용, 보도했다.
이번 회담은 이슬람의 금식 성월인 라마단이 시작된 이후 이스라엘 관리들과 하마스 지도자들이 간접 협상에 참여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휴전 협상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미국, 이집트, 카이로 등 중재국들은 이번 주 초 라마단이 시작되기 전까지 6주간의 휴전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대했지만,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의 영구적인 휴전 요구가 이스라엘에 의해 거부당하자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그러나 양측은 최근 며칠 간 완전히 결렬되지 않은 회담을 정상 궤도로 되돌리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휴전 회담에 참여하고 있는 이집트 관리 한 명과 이를 보고받은 또 다른 관리에 따르면 하마스는 중재자들에게 전쟁을 종식시킬 3단계 계획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 관리들은 민감한 논의 내용을 밝힐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익명을 조건으로 말했다.
AP에 따르면 첫 번째 단계는 이스라엘이 구금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포로 350명을 풀어주는 대가로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여성, 병든 사람, 노인 등 35명의 인질을 석방하는 6주간의 휴전이다.
하마스는 또 각 군인 1명당 테러 혐의로 장기 복역 중인 일부를 포함해 50명의 죄수들을 돌려받는 대가로 최소 5명의 여군을 석방할 예정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두 개의 주요 도로에서 철수하고,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을 전투로 황폐해진 가자 북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해당지역에 구호품이 자유롭게 유입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이집트 관리들이 말했다. 이스라엘 군에 의해 고립된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서는 2세 이하 어린이 3명 중 1명꼴로 급성 영양실조 상태라고 유엔 아동기구가 15일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두 번째 단계에서 양측은 영구적인 휴전을 선언하고, 하마스는 더 많은 포로를 대가로 인질로 잡혀 있던 이스라엘 군인들을 석방할 것이라고 이집트 관리들이 밝혔다.
세번째 단계에서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를 해제하고 재건을 시작하는 대가로 하마스가 보유하고 있는 시신을 넘겨줄 것이라고 관리들은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제안을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회담을 위해 이스라엘 협상가를 카타르로 보내는 것에 동의했다.
이집트 관리들은 이 회담이 17일 오후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18일로 연기될 수도 있다고 AP에 전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영구 휴전 요구를 거부하면서 “하마스를 전멸시키겠다”는 목표를 먼저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이스라엘 총리실은 지난 15일 네타냐후가 가자지구 최남단에 위치한 라파를 공격하기 위한 군사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라파는 하마스의 마지막 주요 거점이자 팔레스타인 인구의 절반 이상인 140만명의 난민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라파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하마스 무장세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남부지역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약 1200명이 사망하고 250명이 추가로 인질로 잡혀간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했을 때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라파로 피난 갔다.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라파에서의 이스라엘 군사 작전이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스라엘 총리실은 라파 작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나 일정은 밝히지 않은 채 민간인 대피가 작전계획에 포함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16일 현재 최소 3만1553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마스는 사상자 집계에서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별하지 않지만 사망자의 3분의2를 여성과 아동이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가자지구에서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전 세계의 분노가 계속 커지는 가운데 이러한 사태 전개는 하마스의 협상 입지를 약화시켰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하마스와 가까운 소식통은 가디언에 하마스 지도자들이 이제 5개월 간의 전쟁에서 엄청난 파괴와 인명 피해를 입은 후 내부 반발을 피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큰 승리”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그들(하마스)은 이제 자신들이 정말로 국민 편에 서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100명 이상의 이스라엘 인질 중 40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500~1000명을 석방해 달라는 요구를 고수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에 영구적인 휴전 요구를 철회하고 40일간의 초기 적대행위 중단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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