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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do not seek — make it clear we do not seek — we do not seek to have American troops fighting in Russia.”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를 강조해서 읽으세요 – 미군이 러시아에서 전투를 벌이는 건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정치인들이 연설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연설 무대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teleprompter’(텔레프롬프터)입니다. ‘tele’(멀리)와 ‘prompt’(즉각 실행)이 결합해 멀리서도 금세 원고를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라는 뜻입니다. 텔레프롬프터는 매끄럽게 연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잘 활용하지 못하면 애물단지가 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못 하는 쪽입니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촉구하는 대국민 연설 중이었습니다. 미군 파병은 미국에게 달갑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선택이었습니다. 텔레프롬프터에 나온 ‘make it clear’(확실하게 하라)을 읽을 때였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we do not seek’(우리는 원치 않는다)을 분명히 말하라는 신호였습니다. 한 단어씩 또박또박 읽어 강조하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를 원고 내용으로 착각하고 그대로 읽어버린 것입니다. 이런 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전에도 ‘repeat the line’(문장을 반복하라)이라는 지시사항을 그대로 읽어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텔레프롬프터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를 상징하는 단골 소재가 됩니다.
삐죽하게 솟은 텔레프롬프터는 관객의 시야를 막는 방해물이지만 연설자는 절대 치우지 않습니다. 그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the president’s best friend’(대통령의 절친)이라는 농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연설에 능숙한 대통령이라도 텔레프롬프터 때문에 크고 작은 실수를 합니다. 무게 잡고 연설하다가 갑자기 헤매면 십중팔구 텔레프롬프터 고장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텔레프롬프터 수난사를 알아봤습니다.
It went kaput.” (완전히 갔다)
2019년 7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링컨기념관에서 독립기념일 기념 연설을 했습니다. 취임 후 첫 대규모 연설이라서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미국 역사의 시작인 독립전쟁을 얘기하던 중이었습니다. “Our Army rammed the ramparts. It took over the airports.”(우리 군은 성벽을 무너뜨렸다. 공항을 점거했다)
‘airport’라구요? 1770년대 독립전쟁 때 비행기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비행기구를 처음 발명한 것은 1903년 라이트 형제입니다. 당연히 공항도 있을 리 없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얘기에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Revolutionary War airports’(독립전쟁 공항)라는 유행어가 탄생했습니다.
며칠 후 트럼프 대통령은 텔레프롬프터 고장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연설 당일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비를 맞은 텔레프롬프터가 연설 도중 고장이 났다는 것입니다. ‘kaput’(커푸트)은 ‘망하다’라는 뜻입니다. 프랑스어 ‘capot’에서 유래한 단어로 카드게임에 탈탈 털린 사람을 말합니다. ‘go kaput’ ‘be kaput’은 기계가 고장 났을 때도 쓰고, 인간관계가 끝났을 때도 씁니다. ‘our marriage is kaput’은 ‘우리 결혼은 끝났다’라는 뜻입니다. 바로 앞에 나온 ‘rampart’(램파트)와 발음이 비슷한 ‘airport’(에어포트)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것으로 언론은 추측했습니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텔레프롬프터 사용을 부정해왔기 때문입니다. 2016년 대선 유세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If you run for president, you shouldn’t be allowed to use teleprompters. Because you don’t even know if the guy is smart.”(대선에 출마하는 사람은 텔레프롬프터를 쓰면 안 된다. 텔레프롬프터를 쓰면 그 사람이 똑똑한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이다)
Your Majesty, I can’t top that one.” (여왕 폐하, 제가 졌습니다)
빨리 화면이 바뀌는 텔레프롬프터를 읽으려면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원래 어휘 구사력이 부족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텔레프롬프터를 읽는 것에 약했습니다. 2007년 백악관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환영 행사가 열렸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여왕은 1976년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라고 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텔레프롬프터에 나온 ‘1976’이라는 숫자를 ‘seventeen seventy-six’(1776)라고 잘못 읽었습니다. 1776년에 방문했다는 것은 여왕의 나이가 200세가 넘는다는 의미입니다. 깜짝 놀란 여왕이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실수를 용서해달라는 의미로 여왕에게 애교의 윙크를 날렸습니다. 말실수에 윙크까지 연이은 결례 논란에 영국에서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여왕은 그날 저녁 열린 만찬 연설에서 재치있게 응수했습니다. “I wonder whether I should start this toast by saying, ‘When I was here in 1776’”(‘1776년 방문했을 때’라는 말로 건배할까요). 얼굴이 붉힌 부시 대통령의 대답입니다. ‘top’은 동사로 썼을 때 ‘뛰어넘다’라는 뜻입니다. 실력을 겨룰 때 상대가 나보다 뛰어나면 “I can’t top that”(뛰어넘을 수 없다)이라며 패배를 인정합니다, 여왕의 유머에 못 당하겠다는 의미입니다.
Who said these things were idiot-proof?” (누가 이것들을 누워서 떡 먹기라고 했어)
2009년 브라이언 코원 아일랜드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성(聖) 패트릭의 날(St. Patrick’s Day) 기념 방문이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아일랜드 성인 패트릭이 세상을 떠난 3월 17일을 기념해 아일랜드 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코원 총리가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We begin by welcoming today a strong friend of the United States.”(미국의 친구를 환영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하겠다)
장내가 술렁거렸습니다. 코원 총리는 미국의 친구, 즉 자신을 환영한 것입니다. 먼저 연설을 끝낸 오바마 대통령의 원고가 백악관 측의 작동 실수로 텔레프롬프터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코원 총리는 그것도 모르고 20초 정도 읽어내려갔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을 눈치챈 그는 겸연쩍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증거’라는 뜻의 ‘proof’는 ‘맞서다’라는 의미입니다. ‘방탄’이라는 뜻의 ‘bullet proof’는 총알에 맞선다는 뜻에서 출발했습니다. ‘idiot-proof’(이디엇프루프)는 ‘바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라는 뜻입니디. ‘foolproof’를 더 많이 씁니다.
이 사건은 ‘teleprompter meltdown’(텔레프롬프터 대참사)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습니다. 모든 연설을 텔레프롬프터에 의존하는 오바마 대통령 때문에 코원 총리도 덩달아 사용했다가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뛰어난 발표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teleprompter-in-chief’(텔레프롬프터 최고책임자)라고 불릴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연설할 때 앞쪽을 보지 않고 좌우를 훑는 오바마 대통령의 습관은 양쪽에 설치된 텔레프롬프터를 읽는다는 신호입니다.
명언의 품격
텔레프롬프터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50년입니다. 처음에는 드라마 제작에 쓰였습니다. 드라마는 대사량이 많이 외우기 힘드니까 배우와 엔지니어가 합작해서 발명했습니다. 초기 텔레프롬프터는 아래쪽에 놓인 큐카드를 위쪽의 반사경이 확대해서 비추는 원시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큐카드는 수동으로 교체했습니다. 미국의 국민 여배우 루실 볼이 출연하는 1950년대 인기 시트콤 ‘I Love Lucy’도 텔레프롬프터를 사용했습니다.
1952년 대선 때부터 정치에 활용됐습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이 사용한 것이 시초입니다. 당시 78세의 후버 대통령이 노안 때문에 원고의 작은 글씨를 읽기 힘들다고 하자 주최 측이 텔레프롬프터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많았습니다. 드라마와 달리 계속 이어지는 연설의 속도에 맞춰 큐카드를 교체하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후버 대통령은 텔레프롬프터가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자 연설 중에 화가 폭발했습니다.
This damned thing, I could do better without it.” (이런 망할 물건 같으니라구, 없는 게 낫겠다)
텔레프롬프터 때문에 후버 대통령은 공식 연설 중에 비속어를 사용한 첫 대통령으로 기록됐습니다. ‘damn’은 ‘저주하다’라는 뜻입니다. ‘damned’(댐드)는 ‘저주받은’이라는 형용사입니다. 컴퓨터가 고장 나서 화가 날 때 ‘this damned computer’라고 합니다. ‘I’ll be damned’는 뜻밖의 상황을 접했을 때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뜻의 감탄사입니다.
놀란 텔레프롬프터 기사가 제대로 조작하기 시작하면서 연설은 매끄럽게 진행됐습니다. 연설이 끝나자 기립박수가 터졌습니다. 후버 대통령 생애 최고의 연설이었습니다. 한 정치 해설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Had Herbert Hoover had a teleprompter twenty years ago, he would have been elected the second time”(20년 전에 텔레프롬프터만 있었더라도 허버트 후버는 재선됐을 텐데). 1982년 텔레프롬프터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복부 수술을 받은 지 70여 일만입니다.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에 조수석에 앉은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비교적 건강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영국 언론과 왕실 전문가들은 불만이 큽니다. 평소 잘 웃고 손도 잘 흔드는 왕세자빈이 이번에는 카메라를 보고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왕실 측이 병명이나 병세의 심각성 등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시초라는 것입니다. 한 왕실 전문가는 이렇게 불만을 전했습니다.
It’s all been terribly fishy from the get-go.” (처음부터 대단히 수상했다)
중요한 단어 2개가 나옵니다. ‘fishy’(피쉬)와 ‘get-go’(겟고우)입니다. 모두 일상대화에서 많이 쓰는 구어체 단어입니다. 고기 뒤에 ‘y’를 붙이면 형용사가 됩니다. ‘beefy’ ‘porky’ ‘fishy’ 등입니다. 고기의 특징을 생각하면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쇠고기는 강한 이미지입니다. ‘beefy’는 떡 벌어진 남성 체형을 말합니다. ‘porky’는 살집이 많은 비만형을 말합니다. ‘fishy’는 체형이 아니라 성격이나 상황을 말합니다. 생선은 비린내가 납니다. 숨겨도 냄새가 납니다. 여기서 유래해 ‘수상한’이라는 뜻입니다. ‘fishy’는 ‘fish’보다 뒤쪽을 길게 ‘피쉬이’라고 읽습니다.
‘get-go’는 ‘시작하다’라는 뜻입니다. ‘get-going’을 줄인 것입니다. ‘출발을 얻다’라는 뜻입니다. ‘go’는 단순히 ‘가다’가 아니라 ‘시작하다’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간다는 것은 출발을 전제로 합니다. 달리기 경주의 3단계는 ‘ready-set-go’(제자리-준비-출발)입니다. ‘from the get-go’ 형태로 많이 씁니다. ‘from the beginning’(처음부터)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11월 2일 소개된 인터넷 댓글에 관한 내용입니다. 대선 시즌이 되면 뉴스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의 댓글 공간은 후끈 달아오릅니다. 도를 넘는 비방 댓글도 적지 않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논리적으로 수긍할만한 내용도 많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장 생생하게 유권자 민심을 파악하는 방법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댓글들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Like him or not, Trump lets you know where he stands. Biden stands for whatever the teleprompter tells him to stand for.” (그를 좋아하건 말건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이 뭔지 알게 해준다. 반면 조 바이든은 텔레프롬프터가 시키는 대로 주장을 편다)
폭스뉴스 페이스북에 올라온 댓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주장이 확실한 사람입니다. 주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틀렸다고 몰아붙입니다. 반면 조 바이든 후보는 자기주장을 고수하기보다 협상을 우선시합니다. 댓글 작성자는 그런 바이든 후보를 텔레프롬프터에 적힌 대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stand for’는 ‘위해 서다’ ‘찬성하다’라는 뜻입니다.
I didn’t realize doing rallies, watching TV and tweeting was considered the president working his ass off, lol.” (유세하고, TV 보고, 트위터 하는 것을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하는 줄 몰랐네, 정말 웃겨)
CNN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댓글입니다. 바이든 후보 지지자가 썼습니다. 이 댓글이 달린 CNN 동영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한가한 바이든 후보와는 달리 여기저기 유세 다니면서 열심히 일한다”라고 말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work ass off’는 너무 열심히 일해서 엉덩이가 닳는다는 의미입니다. ‘ass’ 대신 ‘butt’(엉덩이)을 쓰기도 합니다. 댓글은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꼽니다. 자기 선거운동하러 다니고, TV 시청이나 트위터 사용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것을 어떻게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laugh out loud’(정말 웃겨)라는 비웃음으로 끝을 맺습니다.
The US is just like these Tik Tok people. They don’t care how dumb they look, as long as all eyes are on them.” (미국은 꼭 틱톡 출연자들 같다. 얼마나 멍청해 보이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관심만 받으면 된다)
대선 후보 TV 토론을 주최한 NBC 방송 웹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입니다. 외국인이 썼습니다. 어느 한쪽이 아니라 미국의 정치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틱톡에는 신체 묘기를 선보이는 출연자들이 많습니다. 우스꽝스럽지만 관심받는 것 자체를 즐기는 젊은이의 문화를 대변합니다. 미국 대선 토론도 틱톡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주목만 받을 수 있다면 멍청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all eyes on’은 ‘모든 눈이 향하다’ ‘주목받다’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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