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AP, 가디언 등 외신을 종합하면 버라드커 총리는 이날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이유로 사임한다. 주로 정치적인 이유”라면서 갑작스러운 사퇴를 선언했다. 부총리를 비롯해 주변 인사가 모두 놀랐다고 표현할 정도로 전격 발표였다.
중도우파 통일아일랜드(Fine Gael) 당대표직을 즉시 내려놓은 그는 한 명의 의원으로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당은 다음달 지도부를 새로 선임해 새 총리를 지명할 전망이다.
버라드커 총리는 2017~2020년 한 차례 총리직을 맡은 뒤 2022년 12월부터 다시 직을 수행해 왔다. 2007년 처음 의원에 당선할 때 50세 이전에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언급한 바 있는 버라드커 총리는 이번 사퇴를 놓고도 “확실한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 70%가량이 가톨릭교를 믿는 보수적 분위기에서 몇 차례 진보적인 개헌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2015년 동성결혼 법제화와 2018년 임신 중단 허용을 위한 개헌을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다만 지난 8일 국민투표에서 성평등과 가족 범주 확장을 담은 개헌을 위해 국민투표를 열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헌법 조항 수정안이 깊은 고민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등 비판에 직면했다. 버라드커 총리는 “대부분 사람이 ‘찬성’에 투표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책임을 인정했다.
최근 버라드커 총리는 당 내부 결집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내부 불만이 터져 나와 소속 의원 중 3분의 1에 가까운 10명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사임 성명에서 “우리가 이 나라를 더욱 평등하고 현대적인 곳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 뒤로 아일랜드를 이끌었다. 영국 북아일랜드와 국경을 공유하는 탓에 아일랜드는 큰 영향을 받았다. 강경 브렉시트파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시절에는 양국 관계가 경색했지만,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내각을 책임지면서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
그는 아일랜드 최초의 동성애자 지도자다. 동시에 최초의 이민자 계통 총리로 아일랜드 국적 어머니와 인도 국적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버라드커 총리는 최근 성 패트릭 데이를 맞아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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