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연설에 대한 평가가 카페인 과다섭취?
명연설 뒤의 숨은 공로자 스피치 라이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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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ed-up Joe sounded like a hyper-caffeinated man.” (흥분한 조가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처럼 들리더라)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했습니다. 평소 할아버지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양한 제스처를 취해가며 박력 넘치는 연설을 했습니다. 고령 콤플렉스를 돌파하기 위한 것입니다. 폭스뉴스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그런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조롱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카페인’이라고 하지만 본토 발음은 ‘카핀’으로 ‘핀’을 길게 끌어줍니다. ‘caffeinated’(카피네이티드)는 카페인을 섭취해 흥분한 상태를 말합니다. 지나치게 흥분해 안절부절못하면 ‘hyper-caffeinated’라고 합니다. 앞에 나오는 ‘jacked up’(잭드업)도 비슷한 뜻입니다. 잭은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릴 때 쓰는 기구입니다. ‘jacked up’은 정신이 올려진, 업된 상태를 말합니다. 비속어로 ‘약 먹었다’라는 뜻입니다.
폭스뉴스는 조롱했지만 사실 칭찬이 더 많습니다. 결단력 있어 보이는 대통령의 모습이 좋았다는 평이 많습니다. 국정연설 시청자는 지난해보다 18% 늘었고, 연설 하루 만에 1000만 달러의 정치 후원금을 모으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연설을 성공시킨 일등 공신은 스피치 라이터(speech writer)입니다. 백악관에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전담하는 5명 내외의 팀이 있습니다. 연설문 작성뿐 아니라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코치하는 것도 스피치 라이터의 역할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서 스피치 라이터들과 특별 훈련을 하며 연설 연습을 했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이 틀릴 때마다 매서운 지적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명연설을 한 대통령만 기억하지만 사실 숨은 공로자는 이들 스피치 라이터입니다. 역사적인 명연설을 만들어낸 스피치 라이터를 알아봤습니다.
I’m in this race for the same reason that I fought for jobs for the jobless and hope for the hopeless on the streets of Chicago.” (시카고 거리에서 희망을 잃은 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자리가 없는 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싸웠던 것과 같은 이유로 대선에 출마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명연설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어떤 대통령은 연설문 작성은 스피치 라이터에게 맡기고 본인은 무대 위에서 읽기만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그렇지 않습니다. 연설 아이디어 회의부터 원고 작성, 감수, 발표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합니다. 집권 8년 동안 그의 밑에서 일했던 스피치 라이터는 모두 20∼30대 젊은 층입니다.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참신한 시각을 가진 젊은 스피치 라이터와 일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스피치 라이터 군단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존 파브로입니다. 8년 동안 오바마 대통령과 동고동락했습니다. 24세 때 상원의원 시절의 오바마를 만났고, 28세에 백악관 수석 연설보좌관(chief speech writer)에 올랐습니다. 오바마 대권 도전 연설, 대통령 취임 연설, ‘오바마 케어’ 연설, 샌디훅 총기난사 위로 연설 등 굵직한 연설을 썼습니다. 그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연설의 교훈은 키워드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 대부분의 연설은 청중의 귀에 쏙 박히는 키워드에 집착하지만 좋은 연설은 시작 중간 끝이 이어지는 하나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파브로가 꼽은 오바마 최고의 연설은 취임 연설이 아니라 2007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열린 제퍼슨-잭슨 만찬 연설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20% 이상 뒤지던 오바마 후보는 이 연설을 기점으로 앞으로 치고 나갑니다. 연설의 핵심 구절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를 하나의 문장 안에 담았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the hopeless’ ‘the jobless’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파브로는 작업 스타일도 독특했습니다. 백악관 사무실이 아닌 워싱턴의 단골 스타벅스가 그의 일터였습니다. 젊은 세대답게 커피숍에서 음악을 들으며 연설문을 작성했습니다. 작성이 끝나면 대통령에게 초고를 보냈습니다. 여기저기 빨간 줄이 그어진 수정본이 오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합니다. 웬만큼 고치면 된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파브로가 가장 두려워한 순간은 아무런 수정 표시 없이 원고 마지막에 이렇게 적혀 있을 때였습니다. “See me later.”(나중에 나 좀 보자)
For in the final analysis, our most basic common link is that we all inhabit this small planet. We all breathe the same air. We all cherish our children‘s future. And we are all mortal.” (왜냐하면, 최종적으로 봤을 때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연결점은 이 작은 행성에 살고 있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아이들의 미래를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죽는다는 것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 베를린 연설, 우주개척 연설 등 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명연설을 남겼습니다. 본인의 글 실력도 뛰어났지만, 테드 소렌슨이라는 걸출한 스피치 라이터를 뒀기 때문입니다. 소렌슨은 케네디 상원의원 시절 자료조사 비서관으로 출발했습니다. 케네디는 주변에 동부 명문가 출신의 인재들이 넘쳤지만 네브래스카 법대 출신의 촌뜨기 소렌슨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소렌슨의 보고서에 감동한 케네디는 자신이 쓸 책의 자료조사를 부탁했습니다. 1958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인들의 필독서 ‘용기의 단면’(Profiles in Courge)입니다. 저자는 케네디로 알려졌지만, 케네디와 소렌슨이 함께 저술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소렌슨은 1961년 케네디 행정부가 출범하자 수석 연설보좌관에 올랐습니다. 그의 단골 작문 스타일은 정렬 반복 비교입니다. 취임 연설에 나오는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이 대표적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생각을 소렌슨이 정리한 것입니다. 우주탐사 연설에서도 나옵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다)
소렌슨이 가장 공들여 쓴 연설은 비교적 덜 알려진 1963년 아메리카대 연설입니다. 소련에 핵무기 감축을 통한 평화 공존을 제안하는 내용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소렌슨에게 극비로 연설문 작성을 지시했습니다. 냉전 시대에 소련에 평화를 제안하는 것은 반발을 몰고 올 우려가 컸습니다. 케네디 대통령과 소렌슨은 에어포스원에서 비밀리에 원고 내용을 다듬었습니다. 이 연설이 유명한 것은 “we are all mortal”(우리의 생명은 유한하다)이라는 구절 때문입니다. 5개월 뒤 케네디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니키타 흐루쇼프 서기장은 연설 내용이 너무 좋아서 러시아어로 번역해 당 기관지 프라우다에 전문을 싣도록 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I have never been a quitter.” (나는 중도포기자가 아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역사적인 사임 연설문을 쓴 스피치 라이터는 레이먼드 프라이스라는 스피치 라이터입니다. 신문기자 출신인 프라이스는 닉슨 대통령의 처음과 끝을 함께 했습니다. 취임 연설과 사임 연설을 모두 작성했습니다. 닉슨 대통령이 미 역사상 사임한 유일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프라이스에게는 ‘사임 연설을 작성한 유일한 스피치 라이터’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어 다닙니다.
나중에 밝혀진 뒷얘기에 따르면 닉슨 대통령은 프라이스에게 ‘resignation’(사임)과 ‘fight on’(버티기) 시나리오로 두 개의 연설문을 쓰도록 지시했습니다. 버틸 생각이 더 컸는지 ‘fight on’ 연설문에 ‘option A’(선택 A)라는 제목을 붙여 먼저 쓰도록 지시했습니다. ‘resignation’ 연설문은 ‘option B’(선택 B)였습니다. 연방대법원이 닉슨 대통령에게 워터게이트 스캔들 은폐 사실이 녹음된 ‘스모킹건’ 테이프를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상황은 급반전됐습니다. 사임 밖에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프라이스는 ‘option B’ 연설문을 들고 연설장으로 향하는 닉슨 대통령을 보고 “읽을 때 울지 않기만을 바랐다”라고 자서전에서 적었습니다.
사임 연설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대통령직을 중도 포기해야 하는 참담한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구절이지만 원래 연설문 원고에는 없습니다. 애드립에 능한 닉슨 대통령의 연설 실력이 사임이라는 중대한 순간에도 빛을 발했습니다. ‘I am not’(나는 아니다)은 닉슨 대통령이 즐겨 쓰는 구절입니다. ‘not’ 다음에 나오는 인간형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사임 1년 전 연설에서는 “I am not a crook”(나는 사기꾼이 아니다)이라고 했습니다. ‘I am not’은 부정형 문장이지만 ‘not’ 다음에 나오는 단어의 충격이 너무 크면 오히려 긍정의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닉슨 대통령이 ‘quitter’이고 ‘crook’이라는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
존 파브로가 가장 존경하는 스피치 라이터는 누구일까요? 파브로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가 최고로 꼽는 스피치 라이터는 페기 누넌이라는 여성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스피치 라이터였고 지금은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두각을 나타낸 계기는 1986년 챌린저호 폭발 사건입니다. 누넌이 쓴 챌린저호 폭발 위로 연설은 4분에 불과하지만, 레이건 최고의 연설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20세기 100대 명연설 8위에 올랐습니다.
원래 대통령 국정연설이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챌린저호가 폭발하자 국정연설은 취소되고 대국민 위로 연설로 바뀌었습니다. 연설까지 6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 백악관 비서실장은 누넌을 생각해냈습니다. 당시 누넌은 스피치 라이터팀에서 찬밥 신세였습니다. 대통령은 정책 연설을 많이 해서 감성적 글쓰기가 전문인 누넌에게 별로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비서실장은 얼마 전 누넌이 노르망디 상륙 40주년 기념 연설로 호평을 받은 것을 기억했습니다. “Get that girl, have that girl do that.”(그 여자를 불러와, 그 여자가 쓰도록 해)
36세에 ‘girl’로 불리는 수모를 당했지만 누넌은 이 연설이 자신에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백악관 참모들과 연설의 줄거리를 상의한 뒤 글쓰기에 돌입했습니다. 마지막 구절입니다.
We will never forget them, nor the last time we saw them, this morning, as they prepared for their journey and waved goodbye and slipped the surly bonds of earth to touch the face of God.” (우리는 결코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오늘 아침,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신의 얼굴을 만지기 위해 지구와의 끈끈한 유대감에서 벗어난 그들을 마지막 본 순간을)
제2차 세계대전에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사망한 미국 시인 존 길레스피 마기의 시 ‘고공 비행’(High Flight)을 발췌한 것입니다. 초고 회의에서 당국자들은 거부감을 표했습니다. 연설문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는 이유였습니다. 특히 ‘touch the face of God’(신의 얼굴을 만지기 위해)라는 구절이 문제가 됐습니다. ‘reach out and touch someone’(누군가에게 연락해서 만지기 위해)으로 바꾸자고 했습니다. 누넌은 “AT&T(전화회사) 광고 문구 같다”라면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레이건 대통령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고칠 시간이 없었습니다. 누넌의 원고대로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연설을 칭찬하는 국민 전화가 쇄도했습니다. 정치인들도 앞다퉈 찬사를 보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할리우드 친구인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도 전화를 걸어와 “멋진 연설이었다”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에 시 구절을 넣은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touch the face of God’와 ‘surly bonds of earth’는 지금도 기억되는 명구절입니다. ‘surly’(설리)는 ‘위협적인’ ‘고약한’이라는 뜻입니다.
누넌은 이 연설로 완전히 떴습니다. 여세를 몰아 다음 대선에서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후보 진영에 합류했습니다. 부시 대선 슬로건 ‘a kinder, gentler nation’(친절하고 부드러운 국가), 취임 연설에서 나온 ‘a thousand points of light’(수천 점의 불빛) 구절을 만들었습니다. 부시 대통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절 ‘read my lips, no new taxes’(분명히 말하겠다. 새로운 세금은 없다)도 누넌의 작품입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가장 감동적인 수상 소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영화 ‘Holdovers’(한국명 바튼 아카데미)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데이바인 조이 랜돌프입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집에 가지 않고 기숙학교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holdover’는 ‘hold’(잡다)와 ‘over’(넘어서)가 결합해 활동 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직 잡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크리스마스, 더 넓게는 인생의 ‘잔류자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랜돌프는 아들을 잃은 기숙학교 식당 매니저로 나옵니다.
랜돌프는 여러 면에서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 힘든 조건입니다. 흑인에다가 젊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습니다. 무명 시절 랜돌프는 연기 코치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I don’t see myself”(나 자신이 안 보인다). 이 길이 내 길인지 확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코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That’s fine. We’re going to forge our own path.” (괜찮다, 우리의 길은 우리가 개척할 것이다)
‘forge’(포지)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미국인들은 곧잘 씁니다. 라틴어 ‘fabrica’에서 유래했습니다. ‘만들다’라는 뜻입니다. ‘만들다’ 하면 가장 먼저 ‘make’가 연상됩니다. 하지만 ‘make’에는 ‘힘들게 이뤄내다’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고난을 뚫고 만들어내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다면 ‘forge’가 적당합니다. 그래서 ‘forge’ 뒤에는 쉽게 이루기 힘든 목표가 올 때가 많습니다. ‘forge a path’는 ‘없는 길을 만들어간다’라는 뜻입니다. ‘forge’는 ‘위조’라는 뜻도 있습니다. 만드는 것에는 언제나 위조의 유혹이 존재합니다. ‘forgery’(위조죄)라는 단어도 많이 씁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6월 10일 소개된 ‘케네디의 텍사스 연설’에 대한 내용입니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져 오면서 명연설에 대한 향수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대선에서 격돌하는 두 후보는 연설력에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 조롱과 비방, 바이든 대통령은 말실수와 옆길로 새기 명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입니다.
요즘 미국 소셜미디어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연설이 화제입니다. 이른바 ‘텍사스 연설’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텍사스 주 댈러스 방문 중 총격을 받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텍사스 민주당위원회에 연설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때 하려던 연설 원고가 케네디 대통령이 죽은 뒤 거의 묻혀 있다가 최근 발굴돼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텍사스 연설 원고를 들여다봤습니다.
Neither the fanatics nor the faint-hearted are needed.” (광신자건, 겁쟁이건 필요 없다)
케네디 대통령 시절 미국은 태평성대가 아니었습니다. 대외적으로 냉전과 베트남전 개입 문제, 국내적으로는 흑인 민권운동으로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로 인한 국가의 분열을 ‘the fanatics’와 ‘the faint-hearted’라는 대비되는 두 단어로 함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앞에서 떠드는 것은 광신자들(the fanatics)이고, 뒤쪽에는 겁쟁이들(the faint-hearted)이 모여있습니다. 두 부류 모두 미국이 처한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So let us not be petty when our cause is so great.” (우리의 임무는 위대하므로 하찮은 일에 연연하지 말자)
냉전 시대 미국의 영향력은 막강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자유주의의 리더로서 미국의 임무는 막중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하찮은 일(petty)에 매몰되지 말자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의 대화에서 “don’t be so petty”라고 표현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옹졸하게 굴지 말라”입니다.
Let us not quarrel amongst ourselves when our Nation’s future is at stake.”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
‘하찮은 일’이란 뭘까요. 바로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입니다. 미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내부적 분열로 허송세월을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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