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13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자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캐나다 CBC 뉴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ISIS-K는 지난 22일 텔레그램을 통해 모스크바 외곽의 크러커스 시티홀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ISIS-K는 이에 더해 “이슬람과 싸우는 국가와의 격렬한 전쟁의 일환”이라며 테러 장면이 담긴 1분 31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란과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지역을 일컫는 옛 지명인 ‘호라산’(Khorasan)에서 이름을 따온 ISIS-K는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활동하며 IS 지부 중 가장 폭력적인 테러를 벌이는 것으로 악명을 떨쳤다.
ISIS-K는 미국이 주도한 반(反)IS 연합군의 공격에 2018년부터 세력이 꺾이기 시작했지만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2021년에 조직 재건에 나섰다.
그러다 ISIS-K는 2021년 8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할 때 수도 카불의 공항에서 미군 13명과 미간인 170명이 사망한 폭탄 테러를 강행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올해 초 최소 84명이 숨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추모 행사 폭탄 테러도 ISIS-K의 소행이었다.
이에 마이클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은 지난 21일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ISIS-K가 “아무런 경고 없이 6개월 이내에 해외에 있는 미국과 서방의 이익 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유엔도 보고서를 내며 지난 1년간 ISIS-K가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으며, 텔레그램과 여러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선전 활동을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이번에 모스크바에서 테러를 저지른 무장대원들도 타지키스탄 여권을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ISIS-K가 최근 몇 년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체첸과 시리아 등에서 무슬림을 상대로 잔학행위를 자행했다고 비판해 온 점을 이번 테러의 이유로 분석했다.
미국 대테러 연구기관 수판센터의 콜린 클라크는 NYT에 “ISIS-K는 지난 2년간 러시아에 집착해 오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는 선전을 전개해 왔다”라며 “이들은 아프간과 체첸, 시리아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비판하며 크렘린궁이 무슬림의 피를 손에 묻히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먼은 CBC에 “ISIS-K는 러시아가 정기적으로 무슬림을 탄압하는 일에 관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고,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다니엘 바이만도 “ISIS-K는 러시아를 항상 숙적으로 여겼다”라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 측은 테러 대원들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붙잡았다며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에 연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의혹에 우크라이나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반발했고, 미국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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