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무역대표부(USTR)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콘텐츠사업자(CP)의 망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가 한국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 사용료를 지불하는 법안이 “기울어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다.
USTR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내놓은 ‘2024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에서는 2021년부터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며 “일부 한국 ISP는 콘텐츠사업자이기도 해, 넷플릭스 등이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한국 경쟁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USTR은 2021년부터 NTE를 통해 망 사용료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USTR은 “해당 법안이 한국 3대 ISP(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의 독과점을 강화할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아마존 스트리밍플랫폼 ‘트위치’는 올해 2월 망 사용료 부담을 이유로 한국 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USTR은 보고서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도 언급했다. NTE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접근성 확대는 미국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미 정부는 한국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규제가 모호하다는 점에 우려를 제기해왔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재집권할 경우 한국 자동차 등에 ‘관세 폭탄’을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USTR은 올해 현지화 부품 비율 규정에 대한 ‘우려국’에선 한국을 제외했다. 지난해 한국 포함 19개국이던 우려국을 중국 등 4개국으로 줄였다. 현지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쓰도록 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규정을 강화하는 흐름이 NTE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미 무역장벽보고서는 각국 무역장벽 조치의 국제법적 근거를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도 올해 보고서 서문에 “각 무역 파트너는 공공 목적을 증진하는 수단을 채택할 주권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반면 미 상공회의소는 성명에서 “외국 정부에 대미 무역장벽을 높이도록 ‘그린라이트’를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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