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4주년]
‘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2〉 獨 뒤스부르크 ‘도시숲’
“숲은 국가 공중보건의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유럽 30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 유럽산림연구소(EFI)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 기간 독일의 숲 이용객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개방된 장소인 숲은 전염 우려가 적고, 고립된 사람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공간으로 주목받으며 공중보건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EFI에 따르면 2020년 3월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시행되기 전 독일 서부의 본 주변 도시지역 숲 방문객은 하루 평균 290명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3월 22일∼4월 28일 방역 대책 시행 중에는 방문객이 하루 평균 690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방문객이 약 140%가 증가한 것. 방문객 최고치는 봉쇄가 풀린 직후인 같은 해 6월 4일 1275명이었다.
숲을 찾는 사람들의 유형도 달라졌다.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20, 30대 젊은층,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지역 외부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EFI는 “새로운 방문객들이 늘어나 숲이 사회 전반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게 됐다”며 “도시 지역의 산림 정책이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숲은 마음먹고 찾아야 하는 특별한 공간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수시로 숲을 찾게 됐다. 코로나19 봉쇄 전엔 방문객들이 주로 평일 출퇴근 직전이나 직후에 숲을 방문했다. 하지만 봉쇄 기간엔 재택근무로 인해 대낮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특히 토요일은 숲이 가장 한산했던 날에서 가장 붐비는 날로 바뀌었다. 주로 쇼핑하던 인구가 숲으로 향한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에선 전통적으로 숲이 ‘정서적 치유 공간’으로 여겨진다. 독일어에 ‘숲속에서 느끼는 편안한 고독감’을 뜻하는 발타인잠카이트(Waldeinsamkeit)란 고유한 단어가 있을 정도다. 이런 숲의 정서적 가치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재조명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잔 라자야 루 EFI연구원은 “방문객들이 숲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평온함 찾기’로 조사됐다”며 “숲의 영적 가치가 재평가되는 르네상스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산림보호협회는 이런 수요를 고려해 ‘마음챙김’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방문객이 스스로 숲길을 걸으며 호흡하고 명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앱이다. 이 앱은 구체적으로 몇 초간 걷다가 몇 초간 호흡할지, 나무 향을 어떻게 맡을지 소개하고 있다. 마음챙김 앱이 나온 뒤 독일 전역에는 ‘마음챙김 숲길’ 9곳이 추가로 조성됐다. 이 숲길에선 방문객들이 표지판에서 QR코드를 스캔해 숲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서비스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토르스텐 뮐러 씨는 BBC 인터뷰에서 “앱은 숲 방문객이 호흡에 집중하도록 돕거나 숲의 색상 구조 질감 등 세부적인 모습을 관찰하도록 유도한다”며 “독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숲에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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