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구호단체 'WCK 직원 오폭 사망'에 지원 중단
구호품 수송선도 키프로스로 회항…UNRWA는 마비
"이스라엘 관료들, 가자 기근과 휴전 압박 고조 우려"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가자지구에서 식량을 배급하던 구호단체를 오폭하자, 그간 인도적 지원을 주도해 온 중동 국가와 국제 구호단체들이 지원 전면 중단에 나섰다.
가자지구에서 구호품 배급이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되면서, 이미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이스라엘은 더 큰 휴전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현지시각)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는 전날 가자지구 중부에서 공습으로 국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직원 7명이 사망한 데 대해 완전한 조사와 향후 요원 보호가 보장될 때까지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UAE와 키프로스는 공동 성명을 내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재앙은 무고한 생명에 대한 위협을 즉시 완화하기 위한 공동의 국제적 접근 방식 채택을 필요로 한다”며 “긴급하고 안전하며 방해받지 않는 지속 가능한 원조 전달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UAE는 가자지구 해상 통로를 통한 원조의 주요 재정 지원국으로, WCK 구호 사업에서 일정 역할을 해왔다.
해상을 통한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키프로스는 통로를 계속 운영할 예정이지만,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하역하길 기다리던 선박들이 다시 키프로스로 회항했다고 전했다.
구호단체들은 가자지구 사업 중단에 나서고 있다. 수십년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활동해 온 워싱턴 기반 구호단체 아네라는 이번 공습 이후 가자지구에서 자체 운영을 중단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성명에서 “원조 전달과 관련된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네라는 매일 약 15만명분 식사를 제공해 왔다.
WCK도 이스라엘 공습으로 직원 7명이 사망한 직후 가자지구에서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전쟁 장기화로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 지원까지 끊기면서 가자 주민들이 기근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간 가자지구 구호 사업을 주도해 온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UNRWA 직원들이 하마스에 연루돼 있다고 지적하며 기관 해체까지 제안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료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이스라엘이 UNRWA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인도주의 단체 직원을 보호해야 한다”며 “구호단체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 제공 책임은 이스라엘에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나도록 적절한 분쟁 해소 메커니즘이 마련되지 않은 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이번 공격이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채널12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료들은 구호품 전달 중단으로 기근 문제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구호단체들이 활동을 중단하면 결국 이스라엘이 구호품 배급을 담당해야 하며, 사실상 가자지구를 통치하게 되거나 전쟁을 끝내야 하는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고위 소식통은 채널12에 이번 사건이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하마스 파괴와 인질 석방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분쟁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IDF는 전날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WCK 차량을 오인 공습했다. 공격으로 영국, 호주, 폴란드, 미국·캐나다 국적 외국인 4명을 포함한 W0K 직원 7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오폭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비극적이고 의도하지 않은 사건”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헤르지 할레비 IDF 참모총장도 영상 사과문을 내 “전쟁 중 야간에 매우 복잡한 상황에서 발생한 오인에 따른 실수였다.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며 “WCK 구호 요원들을 해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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