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부 지원금에 대학까지 뛰어든 인디애나주 ‘SK 유치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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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반도체 공장 0개에서 8개로”

3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파예트 퍼듀 리서치파크에서 SK하이닉스가 5조2000억 원 규모의 HBM생산기지 투자를 밝히는 투자 협약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최우진 SK하이닉스 부사장, 아라티 프라바카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국장, 멍 치앙 퍼듀대 총장(발언), 아룬 벤카타라만 미 상무부 차관보, 토드 영 상원의원, 조현동 주미 대한민국 대사, 데이비드 로젠버그 인디애나주 상무부 장관, 미치 다니엘스 퍼듀 연구재단 이사장. 퍼듀대 제공
3일(현지시간)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파예트 퍼듀 리서치파크에서 SK하이닉스가 5조2000억 원 규모의 HBM생산기지 투자를 밝히는 투자 협약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최우진 SK하이닉스 부사장, 아라티 프라바카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국장, 멍 치앙 퍼듀대 총장(발언), 아룬 벤카타라만 미 상무부 차관보, 토드 영 상원의원, 조현동 주미 대한민국 대사, 데이비드 로젠버그 인디애나주 상무부 장관, 미치 다니엘스 퍼듀 연구재단 이사장. 퍼듀대 제공

“2년 전까지 반도체 공장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제 8개가 생깁니다. ”

데이비드 로젠버그 인디애나주 상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22년부터 우리는 역사적 변화를 겪고 있다. 반도체 생태계가 꽃피는 등 첨단 제조업의 허브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통화는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에 5조2000억 원을 들여 인공지능(AI) 칩 생산기지를 건설한다고 밝힌 투자 협약식 직후 이뤄졌다.

로젠버그 장관이 언급한 2022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칩스법’에 서명한 해다. 칩스법은 520억 달러(70조 원) 규모의 보조금으로 아시아에 몰려 있는 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가져오고 미국내 혁신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법이다.

이날 투자 협약식에는 치스법을 직접 쓴 인디애나주 토드 영 상원의원도 참석해 “칩스법은 인디애나주가 질주할 수 있는 문을 열었고,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이 우리의 첨단 기술 미래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2년 만에 칩 공장 0 -〉 8개

이날 각 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인디애나주는 세액공제를 비롯한 최대 7억 달러(9400억 원) 규모의 주정부 차원의 직간접 지원을 약속하며 SK하이닉스 유치에 성공했다. 반도체 볼모지에서 2년 만에 스카이워커, 엔헨스드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을 유치한데 이어 AI칩 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세계 1위 SK하이닉스 공장까지 들여온 것이다.

인디애나주는 2022년 칩스법으로 막대한 보조금 전쟁이 벌어지기 전까지 러스트 벨트 중에서도 주로 옛 자동차 부품, 철강산업 위주의 제조업 기지였다. 중국의 공세 속에 쇠락의 어려움을 겪어 온 산업이다. 지역에 퍼듀대 등 명문대가 위치해 있어도 고급 일자리가 없으니 다른 주로 고급 인력이 떠나는 것도 주 차원의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2022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로젠버그 장관은 “지정학적 갈등으로 미국에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기업들이 늘어났고 칩스법 등으로 연방정부의 지원도 늘어났다”며 “이때부터 인디애나주 경제는 역사적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1~3월) 주에 대한 투자가 총 207억 달러(27조9000억 원)로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 정부는 고숙련 일자리와 협력업체 동반 투자를 가져오는 첨단 반도체 공장과 미래 산업에 사활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2022년 투자 유치액이 2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50% 급등할 정도였다.

●대학까지 뛰어든 유치전

인디애나주는 연방정부 지원금과 별도로 SK하이닉스에 세금환급을 포함한 약 7억 달러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투자 이행 약속에 따라 인센티브 형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인디애나주가 다른 주보다 SK에 지원금을 더 많이 제안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로젠버그 상무장관 “다른 주와 비교할 수 없지만 지원금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연방정부, 주정부, 지역 대학, 커뮤니티가 뭉쳐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제공했기에 ‘실리콘 하트랜드’가 될 수 있는 것”강조 했다.

이어 “대학의 반도체 인력, 교통, 수도 등 인프라, 민원 해결 등 종합 패키지를 제공함으로써 주 경제를 탈바꿈할 수 있었다. 오늘 SK 투자협약식에 주정부, 대학, 백악관, 연방 상무부, 또 칩스법을 발의한 토드 영 상원의원까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첨단 시설 유치를 위해 우리는 파트너십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투자 협약식에서 독특한 것은 지역 명문대인 퍼듀대의 적극적 지원이다. SK하이닉스가 들어올 퍼듀대 소유 연구 파크 90에이커(36만4217m2) 부지를 할인해주고 추가 확장 옵션도 제공했다. 총 6000만 달러(808억 원) 규모의 지원이다.

영 상원의원이 칩스법을 발의할 때 인디애나주지사와 퍼듀대 당시 총장과 긴밀히 논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도 보도한 바 있다. 퍼듀대는 2022년 미국 최초로 반도체학위 프로그램을 만들고, 역내 기업들과 협력해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18억 달러를 투자한 미 반도체기업 스카이워터는 퍼듀대의 노력에 감동을 받아 다른 4개주를 제치고 인디아나주를 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 뿐 아니라 고급 인력 채용이 용이한지도 중요한 부지 확보 요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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