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대형 테러 저지르는 ‘IS-K’ 대해부… 올해 일어난 이란-러시아 테러 등
‘대형 테러’ 자행하며 세계 위협… 2015년 설립, 대원 6500명까지 늘어
아프간 美 철수-탈레반 집권 후 활개… 중앙亞 저개발국 청년 적극 포섭
740만 원에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회유… 무기는 20만 원짜리 ‘AK-47’ 사용
6개월 내 美-서방 공격 가능성… 타조직, 선명성 경쟁 벌일 위험도
“비용 효율적인(cost-effective) 공격에 특화된 단체다.”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총기 난사 테러를 저질러 137명을 숨지게 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K(호라산)’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최근 평가다. 2015년 설립된 신생 조직인 IS-K는 짧은 연혁에도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테러, 올 1월 이란 케르만에서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장례식장 테러에 이어 모스크바 테러까지 자행하며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평가대로 IS-K가 다른 테러 조직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적은 비용으로 대규모 사상자를 낳는 테러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대원도 주로 중앙아시아 저개발국 주민을 포섭한다. 케르만 테러의 주동자 및 폭탄 제조자, 모스크바 테러의 용의자는 모두 중앙아시아 내에서도 최빈국으로 꼽히는 타지키스탄 출신이다.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4명이 범행에 사용한 총기 또한 비교적 저렴한 ‘AK-47’ 소총이다. 제조국, 구매 경로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지만 파키스탄에서는 148달러(약 20만 원)를 주고 살 수 있다고 미 비영리 군사전문기관 ‘글로벌파이낸셜인테그리티(GFI)’가 추산했다. 불과 20만 원짜리 무기에 137명이 희생된 셈이다.
IS-K가 행동 반경을 확장하면 서유럽, 미국, 아시아 등에서도 대형 테러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과 서남아시아 등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의 마이클 쿠릴라 사령관은 지난달 미 상원 청문회에서 “IS-K가 6개월 안에 미국과 서방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졌다”고 경고했다.
● 30세 지도자가 이끄는 테러 조직
IS-K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활약했던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에서 이탈한 대원들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한때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맹위를 떨쳤던 IS에 충성을 맹세했고 2015년 1월 지부인 IS-K를 출범시켰다.
IS-K의 또 다른 명칭 ‘호라산’은 이란 북동부, 아프가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대를 일컫는 지명에서 유래했다. 페르시아어로 ‘태양의 땅’ ‘해가 뜨는 곳’ 등을 뜻한다.
현 지도자 샤하브 알 무하지르는 1994년생으로 2020년부터 IS-K를 이끌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사나울라 가파리. 카불대에서 공학을 공부한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2015∼2016년경 IS에 합류하며 극단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무하지르는 2019년 미군에 사살된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IS 산하 아프가니스탄인 특공대도 지휘했다. 바그다디 사망 후 IS는 물론 IS-K의 세력도 위축됐지만 그는 2020년 4월 26세 젊은 나이에 IS-K 수장이 됐다. 부인도 IS-K 고위 간부의 딸로 알려졌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추산에 의하면 2015년 창설 당시 약 2000명이던 대원 수는 올해 3배 이상인 6500명 수준으로 불었다. 실탄도 넉넉하다. 유엔 등에 따르면 이들의 활동 자금은 납치 밀수 강탈 등 범죄 수익, 아프리카 소말리아 등 다른 IS 지부로부터 받는 정기적 지원 등에서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잇따른 테러로 두각을 나타낸 이들에게 IS 지도부도 지원을 몰아주고 있다. 소말리아 IS 지부가 가상화폐 탈취 등을 통해 IS-K에 정기적으로 돈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
● 아프간 안보 공백이 확장 발판
많은 전문가들은 IS-K의 세력이 확장되고, 이들의 잔혹함이 전 세계에 알려진 계기로 2021년 8월 15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및 탈레반 집권을 꼽는다.
당시 이들은 미군 철수 11일 후인 같은 해 8월 26일 미군 및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의 탈출로 극도로 혼잡했던 카불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했다. 아프간 땅을 떠나기 바쁜 미군, 막 집권 세력이 된 탈레반은 모두 IS-K의 테러를 막을 여력이 없었다. 이로 인해 미군 13명과 170여 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미군 철수와 탈레반의 집권으로 아프가니스탄 내 안보 공백이 생겼을 때 각종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급진성과 폭력성으로 경쟁했다. 카불 공항 테러로 잔혹함을 입증한 IS-K가 그 과정에서 일종의 승자가 됐다”고 평했다.
특히 집권 전 테러를 종종 자행했던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테러 반대’를 천명한 점 등도 이들이 활개칠 토양을 만들어줬다. 백승훈 한국외국어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과거 탈레반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테러를 활용했는데 IS-K가 이를 답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IS-K 공격은 아프가니스탄 밖으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파키스탄 바자우르, 올 1월 이란 케르만, 3월 모스크바 테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모(母)조직인 IS는 한때 시리아 이라크 등을 아우르는 광대한 땅을 점령하며 스스로 ‘국가’를 자처했다. 반면 IS-K는 탈레반의 존재로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세력이 될 수 없는 만큼 ‘영역 확대’보다 ‘테러 공격’으로 존재감과 영향력을 높이려 한다. 미국의 대테러 전문가 사라 하르무치 박사는 자유유럽방송에 “IS-K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공격 능력, 대원과 자원을 모집하는 능력 등에서 다른 극단주의 단체를 능가한다”고 분석했다.
● 낙후된 중앙아시아 출신 포섭
중앙아시아 저개발국 대원을 적극 포섭한다는 점도 IS-K의 특징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원 대부분은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태어났다.
이들이 IS-K에 투신하는 이유로는 중앙아시아의 고질적 경제난, 독재자의 장기 집권 및 부정부패 등에 따른 누적된 불만 등이 꼽힌다. 타지키스탄은 2023년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180달러(약 159만 원)로 세계 167위에 불과하다.
모스크바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인 샴시딘 파리두니(26)는 불과 50만 루블(약 740만 원)을 약속받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다른 중앙아시아 출신 대원들 또한 대부분 ‘생계형’이다.
튀르키예(터키)에 존재하는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는 IS-K의 주요 영입 대상이다. 역시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우호적인 비자 제도를 보유했다. 언어에서도 비슷한 면이 많다.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IS-K가 최근 튀르키예에서 인력과 물자를 대거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IS-K는 텔레그램과 다른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다양한 언어로 선전을 퍼뜨리며 적극적인 모집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이 1월 공개한 보고서에도 IS-K는 최근 탈레반 정권에 환멸을 느낀 전사들과 다른 외국 대원들을 유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더 확장된 모집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 파리 올림픽 우려… 한국도 안전지대 아냐
잇따른 테러로 자신감을 얻은 IS-K가 추가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당장 올 7월 프랑스 파리 올림픽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IS-K에 자극받은 다른 테러 단체가 선명성 경쟁을 위해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럽 주요국의 보안담당 고위 관리는 워싱턴포스트(WP)에 “모스크바 테러가 규모 확장, 국제 사회의 인정을 추구하는 극단주의 조직에 새 자극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세계 주요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전쟁이라는 ‘2개의 전쟁’ 장기화, 미중 패권 갈등, 자국 경제난 등에 대처하기 바쁘다는 점도 극단주의 조직의 추가 테러를 우려하게 만든다.
한국 또한 이들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백 연구원은 “한국에도 무슬림 노동자의 유입이 늘고 있다. 일부 지역사회에서 무슬림을 향한 차별 기조가 감지된다”며 이것이 언제든 극단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 역시 “중동의 불안정이 커지면 미국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같은 동맹국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이 분쟁 전선에 함께 설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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