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도시 뉴욕 인근에서 5일(현지시간)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해 동부 해안의 마천루가 흔들리는 등 주민들이 불안에 불안에 떨게 했다. 이후 약 8시간 뒤 본진에 필적하는 규모 4.0의 여진이 일어났다. 미 동부에서 13년 만에 최대 규모로 발생한 지진이었지만, 다행히 인명·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미 지질조사국(USGS)은 현지시각으로 이날 오전 10시 23분 뉴욕 맨해튼에서 서쪽으로 약 64㎞ 떨어진 뉴저지주 튜크스베리(Tewksbury)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원까지의 깊이는 약 4.7㎞로 비교적 얕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후 이날 오후 5시 59분 규모 4.0의 여진이 튜크스베리에서 약 11㎞ 떨어진 뉴저지주 글래드스톤에서 발생했다. 그 사이 최소 10번의 여진이 있었지만 대부분 규모 1.8~2.2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지진은 2011년 버지니아주 피드몬트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 이후 미 동부에서 일어난 가장 큰 지진이었다. 미 동북부 지역으로 한정할 경우 2002년 뉴욕주 플래츠버그에서 발생한 규모 5.3 지진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지진이며 규모 면에서 역대 3번째에 해당한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지진은 지난 세기 동안 동부 해안에서 발생한 가장 큰 지진 중 하나였다”며 지진에 익숙하지 않은 뉴욕 주민들에게 여진이 발생할 경우 낙하물에 유의해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들을 상대로 여진에 유의하되 평정심을 유지하며 일상생활을 지속할 것을 당부했다.
지진과 여진이 이어졌지만 이날 오후까지 별다른 인명·시설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뉴욕·뉴저지 당국은 밝혔다. 그럼에도 뉴욕시와 펜실베이니아 북부, 매사추세츠주, 코네티컷 서부 등지에서도 진동이 감지돼 시민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뉴욕 브롱크스에 거주하는 채리타 월콧(38)은 로이터에 “약 30초가량 굉렬한 굉음을 느꼈다”며 “마치 드럼통 안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자리한 유엔본부에선 세이브더칠드런 미국지부 대표가 가자지구 피해 현황을 설명하던 도중 지진이 발생했다. 회의를 중계하던 카메라가 흔들리고 진동이 계속되자 회의 참석자들은 어리둥절했으며 혼란 속에 회의가 잠시 중단됐다. 이내 유엔 주재 외교관들의 휴대전화에서 지진을 알리는 긴급 문자메시지 알림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고 AFP는 전했다.
지진의 여파로 뉴욕 퀸스의 JFK 국제공항과 리과디아 공항, 뉴저지 뉴어크의 뉴어크리버티 국제공항 등의 항공기 이착륙이 지진 직후 일시 중단됐다가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재개됐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예정된 시간보다 약 2시간씩 항공기 운항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 지하철은 정상 운행됐다. 뉴욕 교통 당국은 7개의 지하철 교량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뉴욕을 뒤흔든 지진에도 지진 경보 알림이 26분이나 늦게 전송되면서 당국의 늑장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시민들의 휴대전화에서 지진 경보 알람이 처음 울린 시간은 오전 10시 49분이었다. 이를 두고 뉴욕시는 “공공 알림에 20분은 매우 빠른 시간이라며” 공무원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항변했다.
이에 숀 아브레우 뉴욕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지진 때문에 더 놀랐는지 아니면 늦은 경보 때문에 더 놀랐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뉴욕에 거주하는 이스콜은 NYT에 “지진 발생 여부를 속보로 전하는 게 뉴욕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직격했다. 게다가 이날 최초 알림은 뉴욕시 비상 알림 서비스에 가입한 100만명에 한해 전송됐고 한참 지난 뒤 전체 뉴욕 시민들의 휴대전화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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