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아버지’가 ‘61세 아들’을 만나기 위해 고베에서 도쿄까지 자전거를 타고 9일 만에 600㎞를 주파한 사연이 일본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고베에 살고 있는 다니가미 미츠오(89) 씨다.
9일 고베신문에 따르면 7년 전까지 사진관을 운영하며 지내던 다니가미 씨는 1년 전쯤 어시스트 자전거(전기 자전거)를 타고 그 매력에 빠졌다. 그러던 중 자전거를 타고 도쿄에 가보자고 생각했다. 아들 나오야(61) 씨가 해외에서 근무하는 등 활발히 지내는 것을 보고 ‘나도 힘든 일을 해보자’고 결심한 것이다.
출발은 3월 17일 이른 아침에 이뤄졌다. 첫날은 오사카부 타카츠키시까지 달렸다. 이후에는 나고야 성, 시즈오카현의 하마나 호수를 보며 또다시 달렸다. 특히 시즈오카현에서는 차밭과 그 건너의 후지산을 보면서 즐거움을 찾았다.
여정을 다소 힘들게 했던 것은 비였다. 우비를 입었지만 안경에 붙은 물방울이 시야를 가렸다. 다니가미 씨는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등 여정 중 “20번 정도 넘어졌다”고 말했다. 돌에 다리가 부딪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한 날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귀가 잘 들리지 않은 적도 있었다.
길을 잃었을 땐 주재소(파출소) 등에서 안내를 받았다. 다니가미 씨는 이들의 ‘친절한 메모’가 기뻤다고 밝혔다. 차도에서는 오로지 흰 선 바깥쪽의 좁은 부분으로만 달렸다.
다니가미 씨는 “지도에 빨간 연필로 동그라미를 치면서 ‘여기까지 왔구나’ 했다”며 “흰 선이 곧게 뻗은 것을 보고 ‘이게 도쿄까지 이어져 있구나’ 라고 생각하니 즐거웠다”고 말했다.
잠은 호텔이나 여관에서 잤다. 떠난 지 사흘째 됐을 때 도착한 아이치현의 후소정에서는 딸 사유리 씨 집에서 2박을 했다. 여정에서 하루종일 쉬었던 날은 이때의 4일째 날뿐이었다.
다니가미 씨는 이윽고 하코네 고개도 넘어 출발 9일째인 3월 25일, 드디어 아들 나오야 씨가 살고 있는 도쿄도 스기나미구에 도착했다. 길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아들을 보고 다니가미 씨는 눈물이 터졌다. 다니카미 씨가 아이폰을 갖고 있는 것을 활용, 나오야 씨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로 아버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한다.
부자(父子)는 도쿄에서 자전거를 타고 국회의사당, 도쿄역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다니가미 씨의 체중은 출발 전보다 4㎏이 줄었지만 몸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니가미 씨는 “힘든 경험이었지만 아들에게 힘을 북돋아 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기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자전거 여행을 끝낸 소감을 밝혔다.
나오야 씨는 “나이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활력이 넘치는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휴가 때 다니카미 씨가 타고 온 ‘애마’(자전거)를 차에 싣고 고향에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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