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내 공급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만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진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일본에 공장을 잇달아 짓기로 하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 6일 일본 구마모토현의 TSMC 1공장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2공장을 1공장 주변에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1공장에 이어 2공장에도 보조금 지급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자사가 86.5%의 지분을 갖고 일본 기업인 소니, 덴소, 도요타가 나머지 지분을 갖는 구조로 설립된 법인 ‘JASM’을 통해 구마모토현에 1공장을 지었다. 지난 2월 말 개소식을 열고 현재 양산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해당 공장은 12~28나노(㎚·10억분의 1m)급의 반도체 칩을 생산하며 카메라 센서, 가전제품, 자동차용 로직 칩 등의 제품이 이곳에서 출하될 예정이다 .
역시 구마모토현에 들어설 2공장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6나노~12나노 수준의 반도체를 만든다. 이곳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 및 자율주행용 반도체를 생산할 것으로 보이며 도요타와 도요타 부품사인 덴소가 주요 수요처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TSMC가 1, 2공장에 이어 일본에 3공장 건설도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반도체 보안’을 이유로 첨단 공정을 갖춘 공장은 대만 본토에 지어왔던 TSMC가 일본을 택한 것은 반도체 부활을 꿈꾸는 일본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제조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확대하고 싶어 하고, 대만에서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시 칩을 공급받을 수 있는 보험을 원한다”며 “일본과 대만이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혜택, 일본 내 다수 고객사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고려가 됐다는 해석이다.
일본 정부는 TSMC 1공장에 4760억 엔(4조 2463억 원)을 지원했다. 투자비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2공장에도 7320억 엔(약 6조 53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TSMC는 구마모토 공장을 중심으로 일본 내 주요 고객사 및 소부장 업체들과의 생태계 강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TSMC에 일본 정부의 투자금 지원과 막강한 일본 소부장 기업들과의 원활한 협력이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또 일본 공장들이 충분한 내진 설계로 가동되고 있다 보니 지진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애리조나주에 두 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TSMC는 투자 규모를 4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늘려 세 번째 공장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TSMC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총 116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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