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9일(현지 시간) 스위스 환경단체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 회원들이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국제 법원에서 기후위기 관련 소송에 내린 첫 판결이자,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정부의 의무를 밝힌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64세 이상 스위스 여성 2400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스위스 정부가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키지 않아 생명권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폭염이 더 덥고 흔해지면서 고령 여성의 사망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날 법원은 ‘사생활과 가족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규정한 유럽인권조약 제8조가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권리를 포함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기후위기가 삶, 건강, 웰빙과 삶의 질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국가가 효과적으로 보호할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며 “스위스 정부가 충분한 노력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 환경단체의 주장을 수용했다.
국제 변호사단체 ‘클라이언트 어스’ 소속 베셀리나 뉴먼은 CNN에 “정부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실질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날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에 소홀해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한 다른 두 건의 소송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유럽 32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포르투갈 청소년 6명에 대해서는 “포르투갈 외 국가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위기에 처한 프랑스 북부 소도시 그랑드생트의 전 시장이 프랑스 정부에 제기한 소송도 그가 프랑스를 떠났기 때문에 제소 권한이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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