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빚을 갚기위해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돈을 빼돌린 전 통역사가 11일(현지시각) 2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이날 은행 사기 혐의로 미즈하라 잇페이를 기소했다. 그는 도박 빚을 갚기위해 오타니 계좌에서 1600만달러(약 219억원)가 넘는 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연방검사 마틴 에스트라다는 미즈하라가 사실상 오타니 매니저 역할을 했고 급여 통장 개설도 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타니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 은행 측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사는 미즈하라가 신뢰관계를 이용해 오타니의 자금을 빼돌렸으며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한 만족할 수 없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이 모든일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오타니 본인도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졌지만, 검찰은 오타니가 범죄를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에스트라다 검사는 “오타니는 이 사건에서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수사 과정에서 전적으로 협조했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 믿었던 사람의 잘못에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며 “나는 스포츠 도박을 하거나 도박업자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3년부터 알게 된 ‘10년 지기’다. 2017년 말 오타니가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뒤 미즈하라를 개인 통역으로 고용했다. 지난해 12월 오타니가 다저스와 7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후에는 다저스가 미즈하라를 구단 직원으로 고용했다.
미즈하라의 행위는 오타니가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위해 한국에 머무르던 지난달 21일 드러났다. 피해사실을 알게 된 오타니 측이 고발했고, 미즈하라는 서울시리즈 기간에 해고당했다.
미즈하라는 당초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을 갚아주기 위해 송금했다고 해명했다가 이내 오타니는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논란이 확산하자 미국 수사당국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약 3주 만에 미즈하라를 기소했다.
미즈하라에게 적용된 은행 사기 혐의는 연방 범죄로, 최대 징역 30년까지 받을 수 있다. 그는 조만간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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