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슈퍼 선거의 해’를 맞아 76개 나라에서 선거가 열리는 가운데, 인구수로는 가장 큰 선거가 19일부터 시작된다. 세계 1위 인구 대국이자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개발도상국·신흥국) 리더인 인도의 총선이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74)의 세 번째 연임이 걸려 있는 이번 선거는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이 이끄는 연립정부의 압승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일각에선 하원(로크 사바) 의석의 4분의 3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디 총리가 연임에 성공하면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 이후 처음으로 3연임하는 총리가 된다.
다만 인도 안팎에선 모디 총리의 실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빈부격차와 청년실업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힌두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소수 계층인 무슬림을 차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에 약 20조 원 쓰는 나라
5년 임기인 로크 사바 543명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은 유권자만 9억6900만 명에 이른다. 세계 인구의 약 11%다. 유권자가 워낙 많다보니 이달 19일부터 6월 1일까지 44일 동안 선거를 치른다. 다만 투표날은 4월 19·26일, 5월 7·13·20·25일, 6월 1일 등 7일로 한정된다. 모두 전자투표로 진행되는데도, 선거 관리에 약 1500만 명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매체에 따르면 선거 기간이 긴 데는 안보적인 요원도 한몫했다. 만약의 사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인도 국경을 지키는 연방 보안군이 선거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이들을 국경을 비우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거 기간이 길어졌다.
투표소는 105만 곳이 넘는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소는 모든 유권자로부터 2㎞ 이내에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총선 때 히말라야 산맥 중턱에 있는 타시강 마을에도 투표소가 세워졌던 이유다. 해발 4650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투표소인 이곳은 이번에도 투표소가 차려질 예정이다.
1명의 유권자를 위해 선관위 직원들이 약 40㎞의 험로를 걸어야 하기도 한다. 중국 접경지역인 아루나찰프라데시주의 한 마을은 도보로만 접근이 가능해 투표소를 만들려면 직접 짐을 날라야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도는 문맹률이 약 25%에 이르러, 전자투표용지엔 글자 대신 정당을 상징하는 그림을 넣는다”고 설명했다.
선거 비용도 상상을 초월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거”(미 NYT)로 불린다. 인도 정치자금을 분석한 뉴델리 미디어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각 정당 및 후보자들은 144억 달러(약 19조9440억 원)을 쓸 것으로 추산했다. ●국민적 인기 높은 모디 총리
인디아TV와 여론조사업체 CNX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로크 사바 543석 가운데 399석을 BJP 연립정부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모디 총리의 3연임도 확실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모디 총리는 국민적 인기가 매우 높다. 경제가 눈에 띄게 성장한 덕분이다. 모디 총리는 집권 이후 각종 항만,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적극 나서 공공 및 민간 부문 활황을 이끌었다. 지난해엔 경제성장률이 약 8%(추정)에 이르며, 영국을 제치고 세계 5위 경제 대국이란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30년경 중국과 미국을 이어 3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든 가정에 깨끗한 화장실과 수돗물을 공급하는 ‘클린 인도’ 정책도 민심을 사로잡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집권 이후 이 정책에만 909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1억 개가 넘는 새 화장실을 만들었다.
문제는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는 “인도는 억만장자가 최근 10년 동안 3배가량 증가했지만, 중위소득은 1265달러(약 170만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NYT도 “인도 국민 90%가 연간 3900달러(약 540만 원)를 밑도는 소득으로 삶을 영위한다”고 했다.
청년 실업도 심각하다. 독립 싱크탱크 인도경제감시센터(CMIE)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인도 20~24세 청년층 실업률은 44.9%에 이른다.
모디 총리의 힌두 극우주의 성향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달 모디 총리는 힌두 유권자 결집을 위해 무슬림계 난민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시민권 개정안(CAA)’을 시행했다. 인도 인구의 14%(약 2억 명)가량이 무슬림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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