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첫 형사재판이 15일 미 뉴욕에서 드디어 막이 올랐다. 미 역사상 처음으로 피고인석에 앉은 전직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는 앞으로 2개월가량 재판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희생자’를 자처하며 재판을 선거에 활용할 계획이지만, 11월 대선 전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변수가 될 수 있다.
공판이 열리는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주변은 이날 새벽부터 언론과 시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법정 내 모니터룸 자리를 맡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설 정도였다. 뉴욕주 법에 따라 해당 재판은 TV로 중계되지 않는다. 법원은 물론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자택인 트럼프타워 주변도 경찰이 다수 배치되며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예고됐던 대로, 재판 첫날은 배심원단 12명을 뽑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검찰과 트럼프 변호인단은 수백 명의 후보 가운데 각자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배심원을 뽑는 데 골몰하고 있다. 길게는 2주일 정도 걸리는 배심원단 선정이 마무리되면 재판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매주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4일 동안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열릴 예정이다. 전국을 돌며 유세를 펼쳐야 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6~8주 동안 주 4일을 재판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다.
이에 트럼프 측은 아예 뉴욕을 선거대책본부로 삼을 계획이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이미 대선 캠프의 조직 일부가 뉴욕으로 옮겨와 선거 전략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재판정을 선거 유세장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형사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성추문 폭로를 막으려 금전을 건네는 과정에서 조직적 기업문서 조작을 했는지가 관건이다.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였던 스토미 대니얼스는 과거 트럼프와의 불륜 관계를 공개하려 했다. 이때 ‘트럼프의 해결사’라 불렸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입막음용으로 13만 달러(약 1억8000만 원)를 지급한 뒤, 트럼프 측이 이를 기업 회계장부에 반영하며 34차례 문서를 위조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해당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형사재판 4건 가운데 유일하게 11월 대선 전에 열린다. 판결도 선거 이전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유죄 판결을 받아도 대선 출마는 지장이 없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판결 내용에 따라 표심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의 4~8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4%가 “해당 혐의는 어느 정도 심각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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