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현지 시간) 이란에 대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최대 우방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번지는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의 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어 대응 시점과 규모를 결정하는 데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서방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이란의 공격에 신속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스라엘의 보복 시나리오와 관련해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 이란 군 기지 등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란의 공격과 마찬가지로 민간인 대상이 아닌 군사시설 위주로 공습해 상징적 효과만 노리는 일종의 타협책을 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양측의 적대 행위가 최소 몇 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전시내각 회의를 열고 이란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도 “즉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와 “숨 고르기”를 주문하는 의견이 엇갈려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전략적으로 생각할 때”라며 보복 자제를 강하게 촉구했다.
美 만류에도… 이스라엘 강경파 “‘뱀 대가리’에 느슨한 대응 안돼”
[이란-이스라엘 충돌] 전시 내각 ‘반드시 대응’ 공감대… WSJ, 구체적 보복 시점까지 거론 재보복땐 전면전 확대 가능성… 전문가 “군사시설 위주 공격” 점쳐 美의식 헤즈볼라 공격으로 틀수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보복의 악순환’이 이어질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이스라엘에 쏠린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보복 공격의 시기와 강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란의 공습이 끝난 14일(현지 시간) 오후 열린 전시내각 회의에서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일부 서구 언론은 ‘이르면 15일’이라는 구체적인 보복 시점까지 거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0월 발발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장기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의 석방 협상 교착 등으로 인해 거센 사임 압박에 직면해 있다. 그가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이란에 대한 보복으로 ‘강한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려 할 수 있다. 다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동전쟁 확전이라는 악재를 피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즉각적인 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는 게 변수다.
● “치명적 공격 필요” vs “즉각 보복에 반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의 대다수는 이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극우 성향이 강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14일 “(이란에 대한) 압도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 억지력을 구축하려면 때로 미쳐 날뛸 필요도 있다고도 말했다. 또 다른 극우 인사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대응을 주저하면 실존적인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수차례 네타냐후 정권의 극우 행보에 우려를 표했던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도 미 CNN 방송에 “이란은 자유세계의 모든 가치를 말살하려는 악의 제국”이라며 “상응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정 내 온건파로 꼽히는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장관 역시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뱀의 대가리(이란)’에 느슨하게 대응하면 안 된다”고 가세했다. 반(反)이스라엘 성향의 중동 무장단체들을 지원하는 이란을 ‘뱀의 대가리’로 칭한 것이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의 실각 시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야권 인사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란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며 즉각 보복에 반대했다. 타미르 헤이만 전 군사정보국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시간은 우리 손에 있다”며 이란의 공격을 두고 쏟아진 전 세계 비판 여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스라엘, 이란 군사시설 타격 가능성
중동전쟁 확전의 열쇠를 쥔 이스라엘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연정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란에 대한 대규모 재보복에 나선다면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 영국 BBC 방송의 제러미 보언 국제 에디터는 “이스라엘이 지금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려 있다. 정말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공격 때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보복 또한 민간인 피해가 없는 군사시설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란 혁명수비대 시설, 군사기지, 정부 건물 등을 공격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알자지라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 대신 이란의 후원을 받는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무장단체에 대한 공격으로 수위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반대를 의식해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취지다.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실각하면 구속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직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보복 시점과 규모를 고려할 수 있지만 결국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많은 이유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 국가안보보좌관인 야코프 아미드로르는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이란의 공격이 네타냐후에게 절호의 기회를 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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