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분기 5.3% ‘깜짝 성장’… 문제는 소비-부동산 부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7일 03시 00분


투자 독려 정책효과에 전망치 상회
제조업-에너지 등서 성장 이끌어
3월 소매판매 3.1% 증가 그쳐
중산층 46% “투자보다 자산 보존”

부동산 시장 부실, 소비 부진 등으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가 큰 중국의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3%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와 지난해 4분기(10∼12월) 성장률을 모두 웃도는 ‘깜짝 호조’를 보인 것이다. 당국은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성장률 목표치(5.0%)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제조업 및 수출 분야의 호조와 달리 3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기대치를 하회하며 여지없이 꺾였고, 신규 주택가격도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 모멘텀’의 지속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및 내수 회복이 뒤따라야 진정한 경기 호조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 제조업-수출 호황이 이끈 성장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 1분기 GDP가 지난해 1분기보다 5.3% 늘어난 29조6299억 위안(약 5685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전망치(4.6%),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전망치(4.9%) 등을 모두 뛰어넘었다.

산업생산 호조가 1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1분기 제조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늘었다. 에너지산업(6.9%), 첨단기술산업(7.5%) 또한 호조를 보였다.

고정자산 투자 역시 4.5% 증가했다. 특히 첨단 제조업과 첨단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각각 10.8, 12.7% 늘었다. 이는 당국이 산업 전반에 대한 대규모 설비 투자를 독려하고, ‘이구환신(以舊換新·가전제품을 바꿀 때 보조금 지원)’ 정책을 펼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가통계국은 “생산 수요가 안정적으로 늘어났고 정책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평했다.

1분기 수출액은 위안화 기준 5조7378억 위안(약 1099조2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 늘었다. 다만 1, 2월 합계 수출 증가율이 7.1% 급성장한 것과 달리 3월에는 미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 하락 등의 이유로 3.8% 감소했다.

서구 금융회사들도 최근 중국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속속 상향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기존 4.8%에서 5.0%로, 모건스탠리는 4.2%에서 4.8%로 각각 높였다.

● 소비-부동산 부진 우려 여전

중국 정부는 고무된 모습이지만 외부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연초 개선세를 나타냈던 경제지표가 3월 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같은 날 발표된 3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2월 증가율(5.5%)은 물론이고 시장 전망치(5.1%)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는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꼽히는 약 4억 명의 중산층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현지 매체 우샤오보가 매년 발행하는 ‘신(新)중산층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중산층(연간 약 3800만 원을 버는 도시 거주자)의 43%가 “재산이 줄었다”고 답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2%포인트 늘었다. 또 응답자의 60%는 “부동산을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또 46.1%는 “투자보다 자산 보존이 우선”이라고 했다.

부동산 불황에 대한 우려도 높다. 중국의 3월 신규 주택가격은 1년 전보다 2.2% 떨어졌다. 월간 기준 하락 폭으로는 2015년 8월 이후 약 9년 만의 최고치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4대 도시의 3월 신축 건물 분양가 또한 전년 동월 대비 1.5%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기존 건물 매매가는 7.3% 떨어졌다.

이에 ‘경제 실세’ 허리펑(何立峰) 부총리는 부동산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허 부총리는 14일 금융권에 “화이트리스트(당국이 선정한 우량 부동산) 사업에는 최대한 대출을 해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골드만삭스는 부동산 회복을 위해 최소 15조 위안(약 2876조25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투자독려#소비-부동산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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