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200여일 앞두고 출석
주 4일 재판, 배심원 선정부터 난항
중도층 60% “유죄면 지지 않겠다”
NYT “대선판도 예측못할 단계로”
“편향된 배심원만 뽑히지 않는다면 트럼프가 재판에서 이길 겁니다.”
15일(현지 시간) 오전 9시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앞 공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아들 앤드루는 “애초에 기소되지 말았어야 할 사안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 트럼프’ 깃발을 들고 온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그 옆에선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라는 반대 구호도 들려왔다.
11월 5일 치러질 미 대선이 약 2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2016년 대선 당시 성추문을 막기 위해 가족회사 트럼프그룹의 장부를 조작해 입막음 용도의 돈을 지급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대선 경쟁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는 0.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중도층 표심을 두고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간 시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이 시작되며 미 대선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 트럼프 “선거 개입”, 사법 위험 역활용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시작된 이날 재판은 7시간가량 이어졌다. 재판은 첫 단계인 12명의 배심원 선정부터 난항을 겪었다. 96명의 뉴욕 시민이 배심원 후보로 출석해 적격성 심사를 받았지만 첫 질문인 “평결에 공정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50명이 한꺼번에 “못 하겠다”고 답해 후보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 출두 전은 물론이고 재판을 마친 뒤에도 “사기 재판이자 정치적 마녀사냥이며 선거 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적(政敵) 제거 목적으로 자신을 기소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또 “재판 때문에 아들(배런)의 고교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지지층의 동정심에 호소했다.
재판은 약 6∼8주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즉,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그를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할 올 7월 15일 전에 유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그가 1주일에 나흘은 법정에 출석해야 하는 만큼 선거 유세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이미 대선 캠프의 조직 일부가 뉴욕으로 옮겨와 선거 전략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지지층 결집에 효과를 봤듯 재판 과정을 철저히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 바이든 지지율, 트럼프 턱밑까지 추격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도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중도층 유권자의 표심에는 영향을 줄 수 있어 재판 결과가 대선 판세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4∼8일 실시한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조사에서 중도층의 60%는 “그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번 재판을 시작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이 줄줄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도 악재다. 그중 2020년 대선 패배에 격분한 지지자들이 다음 해 1월 6일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이를 선동했다는 혐의가 특히 위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6일부터는 당시 난입에 가담해 대선 결과의 인증 절차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프 피셔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다. 이 결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다. 여론조사 집계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최근 3주 누적 평균 지지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45.4%로, 트럼프 전 대통령(45.6%)을 0.2%포인트 차까지 따라잡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경선 초반인 올 1월 4.3%포인트 앞섰지만 석 달 만에 우세를 상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이 시작되면서 누구도 판세를 예측할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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