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량 감소와 차별 금지 등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추구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주도했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ESG 반대 세력에 신변 위협을 느껴 지난해 경호비용을 3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미국에서 ESG 경영을 ‘워크(woke·깨어 있는 척하는) 자본주의’라며 공격하는 분위기가 거세지자 경영자들이 경호에 거금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으로 핑크 CEO는 지난해 자택 보안 강화에 약 56만 달러(약 7억7000만 원), 개인 경호에 약 22만 달러를 썼다.
핑크 CEO는 2020년 화석연료 투자 철회를 선언하며 ESG 경영의 대표주자로 불렸다. 하지만 관련 업계와 공화당 등이 거세게 반발했고, 진보 진영조차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핑크 CEO는 지난해 6월 ESG란 용어가 ‘지나치게 정치화됐다’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흑인이 여주인공인 영화 ‘인어공주’ 등 정치적 올바름(PC)을 앞세운 콘텐츠를 만든 디즈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밥 아이거 CEO는 보안비용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한 120만 달러를 지출했다. 기후 대응을 강조했던 투자은행 JP모건, 유색인종 채용을 강화한 제약회사 화이자도 CEO 경호비를 대폭 늘렸다.
ESG에 이어 기업경영의 화두로 떠올랐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도 최근 저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요 기업 수십 개가 지난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다양성 목표를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흐름엔 지난해 미 대법원이 내린 ‘소수인종 우대 대학입학(Affirmative Action)’ 위헌 결정이 큰 영향을 끼쳤다. WSJ는 “다양성 강조가 오히려 차별이란 인식이 많아지며 기업들의 DEI 목표가 정치적 위험을 떠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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